현장에서

[현장에서] 종소리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7-10-24 수정일 2017-10-24 발행일 2017-10-29 제 306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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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종이 사용된 것은 6세기 이전부터다. 수도자들은 종소리를 듣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전례시간을 맞췄다. 종각과 종탑은 교회의 상징이기도 했다. 종소리는 기도 시간(devotional practices)을 알렸다. 종이 울리면 사람들은 삼종기도와 저녁 기도를 드렸다.

원제가 ‘L’Angelus(안젤루스, 삼종기도)’인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cois Millet·1814~1875)의 작품 ‘만종(晩鐘)’은 성당 종소리의 의미를 대변해 주는 그림이라 하겠다.

밀레는 이 작품에 대해 ‘옛날에 할머니가 들에서 일하다가도 종이 울리면 일을 멈추고, 죽은 가엾은 이들을 위해 삼종기도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 것’이라고 밝혔다. 종소리는 고된 삶 안에서 곧 기도였고 하느님을 일깨우는 상징이었던 것이다.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구교우 집안 신자들은 어린 시절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가족들이 함께 삼종기도를 바치던 장면 등을 잊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 종탑은 점차 사라져가고 성당 종소리는 쉽게 접하기 어렵게 됐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종(鍾)을 잃어버린 시대’에 대전교구 합덕본당이 종탑을 새롭게 세우고 다시 종소리를 울릴 계획이라고 한다. 12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성당 종소리 속에서 시간의 성전을 지었던 ‘합덕’의 신앙을 재건하고 나누고자 하는 발걸음이다.

한국교회의 신앙 못자리 내포지역에서 다시금 울리는 종소리가 우리 사회 전체의 몸과 영혼을 따뜻하게 데우는 사랑과 기도의 울림으로 퍼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