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이재석 신부 (하)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10-17 수정일 2017-10-18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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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받은 사랑 음악으로 전하고파
■ 손길

“주님 당신의 능력으로 그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받아주소서”

‘내 손이 약손’이라 외면서 아픈 자녀의 배를 어루만져주던 어머니의 손길, 취업 문턱에 걸려 번번이 넘어지는 자녀의 등을 두드려 주는 아버지의 손길, 견디기 힘든 아픔을 겪고 있는 이의 어깨를 감싸는 친구의 손길 등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손길이 더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이재석 신부(부산교구 밀양본당 주임)가 느낀 손길은 조금 달랐다.

“힘겨운 일을 겪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가 초겨울이었습니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텅 빈 성전에 앉아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 포근한 담요로 저를 덮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하느님의 손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손길을 통해 지쳐있던 마음이 회복됐다. 짧고 단순한 체험이지만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께 사랑과 자비를 받았으니 그 사랑 그대로 이웃에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손길’이라는 곡에 담았죠.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손길이 되자는 그런 내용입니다.”

작곡을 공부한 적은 없다. 음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혹 ‘음악하는 신부’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손사래가 쳐진다. 음악은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도구 말이다.

“‘손길’은 제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곡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요.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기도 안에 머물 수 있는 곡이기 때문입니다. 제 체험이 녹아있는 곡이기도 하고요. 성가를 통해서 많은 분이 위로와 기쁨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받은 것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만든 성가들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전하자’는 것이 제가 만든 성가의 핵심이고 그것이 제가 성가를 만들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 내 영혼이 주님을

“내 영혼아 찬미 찬송하여라 그 크신 주님을”

시편 103편의 말씀으로 만들어진 ‘내 영혼이 주님을’은 부드러운 선율과 잔잔한 분위기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깊은 묵상을 하게 만든다.

“신학생 때 만든 곡입니다. 가장 처음 만든 곡이기도 하고요. 세상 모든 것은 시들고 사라지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변함없다는 성경 말씀을 읽고 그 내용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고 그 시작을 지금의 삶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저 역시 살다보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내 영혼이 주님을’이 큰 힘이 됩니다. ‘혹시 내가 썩어 없어질 이 세상의 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성찰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곡입니다. 특히 위령성월에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