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구상·구자명 부녀 산문집 동시 발간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7-10-17 수정일 2017-10-18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 구상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

316쪽/ 1만6000원/ 나무와 숲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기고 2004년 펜을 내려놓은 ‘구도의 시인’ 구상(세례자 요한)의 산문 선집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가 발간됐다. 이 책은 시인이 남긴 많은 글 중에서 시인의 인생, 철학, 종교관, 세계관, 문학관 등을 폭넓게 접할 수 있는 글들을 담고 있다.

구 시인은 책에서 “오늘날 우리는 흔히 자기가 정당하고 진실하게 못 사는 것은 세상이 틀려먹었기 때문이요, 특히 자신의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훌륭한 뜻을 펴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돼먹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개탄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능력의 최선을 발휘해 어둡다고만 불평하지 말고 한 촛불이라도 스스로가 켜고 밝히기를 함께 다짐해보려 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를 통해 ‘구상’이라는 시인의 문학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현실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깊이 음미할 수 있다.

■ 구자명 「망각과 기억 사이」

252쪽/ 1만3000원/ 나무와 숲

“모든 이별을 앞지르라, 마치 그것이 방금 지나간 겨울처럼 이미 당신 뒤에 있기로 한 듯이. 겨울 중에는 너무 끝없는 겨울도 있어 오직 겨울을 초월함으로써만 당신 가슴은 살아남을 수 있으리니.”

이 구절은 릴케의 시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의 구절이다. 「망각과 기억 사이」는 이 구절처럼 잊어버려야 할 아픔과 상처들을 마음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과거와 기억을 지우려는 세상을 향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겼다.

더불어 아버지인 구상 시인에 대한 글들도 다수 수록했다. 저자의 글을 통해 아버지와 같은 문인의 길을 걸으며 바라본 구상 시인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다.

책은 1장 안주 속의 미망, 2장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3장 겨울 황하에 서서 등 5장으로 구성됐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