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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아닌 ‘주님의 자녀’ 특전사 서대영 상사·서알이 중사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0-17 수정일 2017-10-18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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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도 군생활도 1등’ 최강 ‘검은 베레’ 부부
무술 합계 14단에 자격증도 11개 특전용사상·육탄10용사상 받은 특전사 중에서도 우수 인재
같은 특전사 대원 아내와 함께 매일 성당 들러 새벽기도 바쳐
세례받은 뒤 봉사활동도 열심 주일미사 해설·간식봉사 도맡아
꾸준한 기부와 모범적 군생활로 대통령 표창 받을 예정

같은 특전사 부대원으로 늘 함께하는 서대영 상사와 서알이 중사 부부.

매일 새벽 5시15분이면 어김없이 어둠을 헤치고 서울 강서구 제1공수특전여단 내 독수리성당을 향하는 발걸음이 있다. 1공수여단 특수임무대 서대영(도미니코·31) 상사와 같은 부대 작전처 서알이(도미니카·31) 중사다. 2013년 10월 결혼한 두 사람은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로이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특전사의 명예와 자부심을 지키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에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을 성체 앞에서 다짐한다.

▣ 실존 인물 서대영 상사

‘서대영’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유명하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진구가 열연했던 서대영 상사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스타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서대영 상사의 실존 모델이 1공수여단 서대영 상사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의 전형으로 그려진 서대영 상사는 실존 인물 서대영 상사(이하 서 상사)가 지닌 에너지와 탈렌트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군인이면 군인, 신앙인이면 신앙인으로서 서 상사의 행적은 ‘신화적’이다.

특수전사령부 전체 대원 중 1년에 1명만 받는 2016년 ‘특전용사상’ 수상, 육군 전 장병 중 10여 명만이 받을 수 있는 2014년 ‘육탄10용사상’ 수상, 2011년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교육 1등 수료, 2006년 이라크 파병 참가…. 특공무술 4단,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 등 무술단수 합계 14단, 인명구조, 응급처치를 비롯한 자격증 11개 보유 등 서 상사가 2006년 임관 뒤 쌓아온 신화는 나열하기에도 숨이 차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 상사는 학업 여건을 보장하겠다는 1공수여단장 김갑진 준장의 배려로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안보 분야) 석사과정에 등록해 현재 마지막 학기까지 전과목 A+를 놓친 적이 없다. 수석 졸업이 예정돼 있다.

서 상사는 이 모든 것을 이룬 비법에 대해 “남들이 자고 있을 때 한 시간 먼저 일어나 운동하고 저녁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공부나 무술을 익힌다”고 단순한 인생철학을 풀어냈다.

▣ 가족과 주변의 자랑 ‘특전 서 부부’

아내인 서알이 중사 역시 소수에 불과한 여성 특전사 대원이라는 사실부터가 남달라 보이는데다 남편인 서 상사를 만난 것도 최정예 대원만이 선발돼 참여하는 2009년 제61주년 국군의날 행사 특공무술 시범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다. 서 중사도 서울사이버대학에서 군상담 학사과정을 밟으며 남편과 학업의 길에 동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특전 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가족과 주변의 자랑이 되고 있지만 특전사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데는 난관도 컸다. ‘귀한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특전사 입대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서 상사는 위로 누나만 넷이 있는 외아들이고 서 중사는 위로 언니만 셋이 있는 귀염둥이 막내딸이다. 서 상사 부모는 어렵게 얻은 아들이 행여나 군대에서 다칠세라 “군대 가지 말고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가라”고 권유했다.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어 체육교육과에 진학해 공부하던 중 어느 날 운명적으로 공항에서 마주한 특전사 대원의 모습에 매료됐고 기어이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특전용사가 됐다.

서 중사도 대학 재학시절 짧은 3박4일간이지만 특전캠프에 참가해 산악행군, 레펠, 강하 등을 체험하면서 특전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결국 경찰이 되라는 부모님의 권유를 뒤로 한 채 2008년 특전사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6월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순례중인 서대영 상사·서알이 중사 부부. 이들 부부는 휴가 중 여행을 갈 때마다 인근 성지를 꼭 순례한다. 서대영 상사 제공

▣ 신앙생활은 가장 뜻깊은 일

서 상사 부부는 전임 지휘관 부부를 대부와 대모로 2014년 4월에 세례를 받았다. 비록 군인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신앙인으로 살아온 시간은 짧지만 “만약 성당에 다니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하곤 합니다. 믿음을 갖고 신자들을 만나고 봉사를 하는 것보다 뜻깊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고백한다.

사목회 총무를 맡고 있는 서 상사 부부는 매일 일과 시간 중에도 꼭 독수리성당에 들러 청소할 곳은 없는지, 고칠 곳은 없는지 살펴본다. 주일미사에서는 제대 확인, 해설, 간식봉사 등 서 상사 부부의 손길이 안 닿는 일이 없을 정도다.

서 상사는 자신의 신앙체험을 하나 들려줬다. “2011년입니다. 오전에 고공 강하 훈련을 하기로 했다가 항공기가 고장 나서 오후 강하로 연기됐습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었습니다. 1만3000피트(약 4㎞) 높이에서 뛰어내렸는데 주 낙하산이 펴지지가 않는 겁니다. 주 낙하산과 싸우며 당황하는 사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지상까지 남은 높이는 1000피트(약 300m)에 불과했습니다. 3초 안에 제 생사가 달려 있었습니다. 순간 빠르게 판단해 예비낙하산을 펼쳤고 제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계속 말을 이었다. “그때는 제가 신자가 아니었지만 저는 누군가를 향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살리셨다고 믿습니다.”

9월 28일에는 독수리성당에서 34년간 신앙생활 하며 사목회장으로 일했던 오정열(요아킴) 원사가 전역했다. 서 상사 부부는 “우리 선배님들이 독수리성당을 지켜왔듯이 이제는 저희 부부가 후배들에게 신앙을 전하고 독수리성당을 저희 손과 발로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직 자녀가 없어 기도하고 있다는 서 중사는 “아이 넷을 낳아서 주일미사 반주와 독서, 복사, 해설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서 상사는 해외 어린이들과 부대 인근 노인복지시설 등을 위한 꾸준한 기부와 모범적인 군생활을 평가받아 10월 31일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