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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교황청 부서를 돌아보다 (4) 교황청 홍보처

바티칸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10-17 수정일 2017-10-17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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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처장 비가노 몬시뇰 인터뷰

교황청 홍보처장 다리오 비가노 몬시뇰.

교황청과 바티칸시국 안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관련 기구를 아우르고, 교황 관련 소식을 가장 발 빠르게 전달하는 교황청 부서. 바로 교황청 홍보처다. 홍보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한 교황청 부서 개혁의 첫 작품이다. 교황은 2015년 6월 27일 자의교서 「현재의 커뮤니케이션 상황」(current context of communications)을 통해 홍보처 설립을 발표했다. 홍보처장으로는 바티칸 텔레비전 방송국(CTV) 국장으로 활동 중이던 다리오 비가노(Dario Vigano) 몬시뇰을 임명했다.

홍보처는 2015년 6월 29일부터 활동을 시작, 교황청 내 다양한 미디어 부서를 통합하는 작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비가노 몬시뇰과의 인터뷰를 통해 홍보처 설립의 배경과 이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따라잡기 위한 홍보처의 노력을 비롯해 한국교회와 한국 교회언론에 기대하는 바를 들어봤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복음의 전파’. 프란치스코 교황이 홍보처를 설립한 이유다. 홍보처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빛의 속도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교황청 내 다양한 미디어 기구를 융합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목적인 이유로 교황청의 다양한 미디어를 홍보처로 통합했습니다. 교황은 교황청 내 다양한 미디어 체계를 새롭게 다져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 교회의 요청과 사명에 더욱 더 잘 응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에 홍보처는 복음을 전파할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오늘의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 변신 중입니다.”

디지털 시대는 각각의 미디어 사이에 놓인 장벽과 차이를 무너뜨리고 있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필요하다.

비가노 몬시뇰은 “이런 맥락에서 모두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토대가 완전히 변화했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마찬가지”라면서 “콘텐츠 생산 단계에서부터 우리는 멀티태스킹이라는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양한 특성을 가진 미디어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비가노 몬시뇰은 “홍보처로 통합된 모든 미디어는 과거와는 달리 하나의 팀으로 일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통합은 과거 미디어가 기울였던 노력을 단순하게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해야 하나?’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어요. 또 모든 직원들에게 함께 일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했듯이 개혁을 위해서는 현실에 변화를 주고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도전에 과거와는 다르게 대처해야 하는데, 이것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홍보처장으로서 비가노 몬시뇰은 650명이나 되는 직원도 책임져야 한다. 홍보처 안에 이탈리아인 직원은 채 절반이 되지 않고, 40여 개국 출신 직원 중 많은 이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다. 비가노 몬시뇰은 “직원들이 변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교황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몇몇 직원은 변화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홍보처 직원의 대다수는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RV) 직원들이며 구조조정과 바티칸 텔레비전 방송국(CTV)와의 통합으로 많은 직원들이 기존에 하던 일을 떠나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 홍보처는 이들의 양성을 돕고 있다.

비가노 몬시뇰에 따르면 홍보처 통합은 3가지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첫째는 ‘신학적 사목적 원칙’이다. 비가노 몬시뇰은 “신앙은 어떤 지역 안에서 경험되는 것으로 문화와 사회, 소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디지털화에 방점을 찍기 때문에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교황의 뜻을 따르면서도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기를 원하고 있어, 홍보처는 이러한 교황의 뜻에 따를 방안을 찾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비용 축소다. 홍보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출범 2년 만에 벌써 40억 원(300만 유로)의 비용을 줄였다.

현재 홍보처는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과 바티칸 텔레비전 방송국을 통합시킨 새로운 인터넷 뉴스 포털도 준비 중이다. 이 인터넷 뉴스 포털은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이 주축이 돼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한 환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세계 방방곡곡에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의 소식을 알릴 예정이다.

홍보처는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의 소식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역교회와 협력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와 협약을 맺고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 한국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가노 몬시뇰은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 한국지부는 교황청이 지역교회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향후 이러한 협업 관계가 더 이뤄져 지역교회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홍보처는 디지털 문화와 관련된 첫 공식 문서 또한 준비하고 있다. 이 문서는 전 세계의 지역교회로부터 자문을 받아 작성하고 있다.

비가노 몬시뇰은 “오늘날 디지털 문화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홍보처는 디지털 문화가 신앙의 전파와 교회의 내부적인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리는 문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가노 몬시뇰은 지역교회 언론이 주류 언론의 논조를 따라가기 보다는 교회의 관점을 알릴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비가노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언론 종사자들에게 경쟁을 포기하고 서로 협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면서 “‘지식의 만화경’과 같은 이 세상에 흑백의 논리에서 벗어나 교회의 시선을 알리는 것이 교회 언론인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비가노 몬시뇰은 한국과 같이 가톨릭 공동체가 소수인 나라에서는 교회 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홍보처는

미디어 관련 기구 통합

교황 트위터 등 SNS 관리

교황청 홍보처는 교황청 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관련 기구들을 통합함으로써, 교회 복음화 사명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응답하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모형과 기술 혁신과 형태들을 숙고해 홍보처 체계로 통합하는 동시에 복음 전파라는 교황청의 사명에 봉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 교황청 매체 위원회(Commission of Vatican Media)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교황청 내 의견과 미디어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교황청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개혁을 논의해 홍보처 신설을 교황에게 제안했다.

홍보처 신설 첫 해 교황청 공보실과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바티칸 뉴스(Vatican Information Service)가 통합됐다. 이어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과 바티칸 텔레비전 방송국, 바티칸 사진 서비스, 바티칸 인쇄소, 바티칸 출판사가 홍보처 안으로 통합됐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도 내년 중에 통합될 예정이다.

홍보처는 교황이 임명하는 홍보처장이 통솔하며, 홍보처장 임기는 5년이다. 홍보처 업무와 관련해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이력의 성직자들과 평신도가 홍보처 위원으로 선발돼 홍보처의 업무를 논의한다.

홍보처 산하에는 총무국, 편집국, 교황청 공보실, 기술국, 신학-사목국을 비롯한 여러 사무국으로 구성된다. 특히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과 교황청의 활동을 알리는 공식 창구로 교황청의 얼굴이라고 평가받는다. 평신도인 그렉 버크가 공보실장이자 교황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팔로마 가르시아 오베헤로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부대변인으로 임명됐다. 홍보처는 또 각각 4000만 명과 500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한다.

바티칸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