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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한미중 모두 평화를 얘기하지만… / 윤완준

윤완준 (테오도로)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입력일 2017-10-17 수정일 2017-10-17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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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사드 갈등 속에 노영민 신임 주중 대사가 10월 10일 중국 베이징에 부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한·중 양국 모두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공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 평화 구축과 동북아 평화, 안정, 공동번영을 추진하는 데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관영 신화통신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 왔다”며 노 신임 대사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미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이 북한 민생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러 차례 지지를 표시했다. 남북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남북 간 대화가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적극 추진을 주문했다.

현재는 정상회담은 물론이거니와 의미 있는 한중 간 고위급 교류도 모두 끊긴 상태지만 이를 복원해가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한중 간 협력이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한 문제는 이미 남북 차원을 크게 벗어난 국제 문제가 됐다. 한중만 협력한다고 해결될 수도 없다. 더 크게 보면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더 결정적인 작용을 할 것 같다. 특히 미·중의 차원으로 가면 한국이 소외된 채 그들만의 ‘거래’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10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면담해 북핵 해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키신저는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에 협력하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이른바 ‘미중 빅딜론’을 주장한 바 있다. 키신저는 트럼프와 면담에서 “지금은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할 기회가 아주 큰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11월 한·중·일 방문을 거론하면서 “이 방문이 발전, 평화, 번영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도 중국도 미국도 ‘평화’를 얘기하지만 그 평화를 어떤 식으로 얻을 수 있을지는 한·미·중이 셈법이 다 다를 것이다. 북한이 결국 대화로 나오도록 강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북한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고 여길 수도 있다. 북한과는 대화가 안 통하니 대화가 통하는 다른 권력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 아예 현재의 긴장 상태가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중국과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부차적인 고려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때 한국은 미중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읽어내 그들이 한국의 국익과 다른 방향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자꾸 미·중 사이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이 배제되는 듯해 걱정된다.

윤완준 (테오도로)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