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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은총의 역사, 교구 사회사목 활동체험 / 문병학 신부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
입력일 2017-10-17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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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교구의 사회복지와 사회사목 활동은 대개 장애인 사목과 복지시설 및 사회사목실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3개 장애인 선교 단체와 약 50여 개의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 가톨릭 농민회, 노동청년회, 노동사목 및 외국인 노동 상담 등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초기 단계였던 교구 사회복지 및 사회 사목은 여러 가지 해결하고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부족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형성하고, 성장과 발전을 위한 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구 사회복지회와 사회사목실을 통해서 자원봉사자 학교와 사회사목 연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을 초청해 제1회 자원봉사자 학교를 열고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양성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하나로 생명공동체 교육을 받은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오늘의 교회 환경단체 ‘하늘·땅·물·벗’과 같은 ‘되살림’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또 사회복지와 사회사목에 관심 있거나 현장에서 활동하는 신부님들, 수녀님들, 평신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사목현장의 문제에 참여하고, 비전을 함께 나눌 ‘사회사목 실천 연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이주민사목도 그때 함께했던 오블라띠선교수도회 조반니 신부 등 외국인 신부님들이 처음 시작했고, 그 뒤 환경사목에 황창연 신부님, 우리농에 서북원 신부님, 사회복지에 홍명호 신부님 등이 열성으로 함께하면서 지금의 교구 사회사목의 기초와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사회사목과 복지 현장은 참으로 많은 문제와 과제들이 함께하는 살아있는 생생한 복음화 현장입니다. 저는 교구의 3개 장애인 선교회와 함께하면서 장애인들의 많은 애환과 아픔 등을 알게 됐습니다. 먼저 당시 농아 선교회원들과 함께하면서 그들과 소통하고 미사를 집전하기 위하여 수화를 배웠습니다.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과 미사, 놀이에서 만나면서 그들이 서로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았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춤추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시각장애인들은 볼 수가 없으니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서로가 잘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먼 지역까지 혼자 일을 보러 가기도 합니다. 그 모험을 시작하려면 자신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용기를 내야 합니다. 정강이와 코, 머리가 깨지고 다치는 숱한 고난의 과정을 통해 지팡이를 눈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점자블록과 횡단보도 알림 소리신호 등이 필요하고 교회 시설에도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다니도록 휠체어 통로, 점자 주보, 수화 미사 등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지체장애인 선교회에 나오는 한 장애인 부부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돕는 작은 공동체를 운영했습니다. 그분께서는 앉아서 일을 하다 욕창이 생겨 4번이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더 이상 앉아서 일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시·도에서 제공하는 아파트형 공장 운영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신부님, 어쩌면 좋아요.” 그리고 혼잣말로 “내가 앉아서라도 일만 할 수 있다면….” 하고 중얼거립니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님은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은총입니다” 했는데 이분들은 “앉아 있을 수만 있어도 은총”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노동사목 현장에서 일하던 어느 자매는 교회에서 상처를 받았다고 3년간 냉담을 하다 사회사목실과 함께하는 실천연구 모임의 도움을 받아 눈물을 흘리고 성사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때의 사회사목과 사회복음화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체험은 저의 사목 활동 안에서 생생하고 살아있는 은총의 역사로 작용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