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문제점 진단과 개선을 위한 조사연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0-11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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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심화교육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교리교육 제시
대부분 6개월간 예비신자 교육
기간에 비해 내용 많고 어려워
시청각자료 등 보충자료도 부족
예비신자 73.9%가 신앙체험 못해
후속교육 마련 못한 본당도 62%
초기 한국교회·뉴욕대교구 비롯
한국 개신교 교육 패러다임 연구
구체적·실질적 대안 마련 ‘눈길’
‘케리그마-친교-전례·기도-봉사’
4가지 차원 통합 프로그램 제안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김희중 대주교, 이하 사목연구소)가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과 내용 및 방법론을 통일시킨 ‘통합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사목연구소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문제점 진단과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6~9월 조사·연구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전국 102개 본당 교리교육 책임자와 교사(사제·수도자·평신도), 예비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특히 사목연구소는 초기 한국 천주교회와 현대 한국 개신교회 및 미국 뉴욕대교구 사례 등을 바탕으로 예비신자 교리교육 패러다임을 연구,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 관심을 모은다.

■ 현황 및 문제점

예비신자들이 영세 후 냉담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 우선 신앙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적극 관심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주교회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문제점 진단과 개선을 위한 조사연구’ 결과, 예비신자 73.9%가 교육 기간에 신앙체험을 못했다고 응답했다. 신앙체험은 신앙의 첫걸음을 시작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또 현재 각 본당에서 실시하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은 교육적인 면에 치중돼 신앙생활과 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비신자 중 90%가 주1회만 미사에 참례하며 아침·저녁기도를 매일 하는 이들은 16.8%에 불과했다.

어른 입교 예식도 단계에 맞춰 잘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본당의 62.0%가 세례 뒤 후속교육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6개월의 짧은 교리교육 기간을 감안하면, 후속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아울러 대부분의 본당에서 ‘교리교육을 받는 중’(85.5%)에 대부모를 선정해 자칫 대부모는 단지 세례를 위해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신자 수는 최근 3년(2014~2016) 동안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입교 이유에서는 ‘자발적으로 입교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8.4%로 가장 높았다.

교리반의 86.5%는 주일에 운영되고 있다. 특수 교리반이 없는 본당이 전체의 45.6%를 차지했다. 반면 특수 교리반이 있는 경우엔 청소년과 노인, 가정방문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교육 기간은 대부분 평균 6개월이다. 하지만 이 6개월 안에 교회가 권고하는 교육 내용을 소화하기엔 어렵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한 번에 평균 1시간 남짓 진행하는 교리 시간 중에 강의와 나눔을 병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교육교재 또한 보충교재가 부족하고 내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다.

각 본당에서 사용한 예비신자 교재로는 「한국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50.6%)와 「함께하는 여정」(34.6%)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교리교재에서 아쉬운 점에 관해 교리교사들의 40.5%는 ‘보충자료(시청각자료)가 부족하다’, 21.8%는 ‘교리 기간에 비해 분량이 많다’, 9.5%는 ‘내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보다 쉽게 교리를 이해하고 효과를 높이도록 돕기 위해 동영상 등 다양한 보조자료를 마련해 각 본당에 제공하는 사목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당 예비신자 교리교사는 평균 5.6명이며, 평신도 교리교사가 45.8%, 수도자 28.6%, 사제 20.0%를 차지한다. 교리 기간 중 진행되는 신앙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성지순례’가 79.7%로 가장 많았으며, ‘성경필사’ 54.4%, ‘대부모와의 만남’46.8%, ‘공동체 미사’ 39.2%, ‘피정’ 36.7% 순으로 나타났다.

■ 패러다임 연구

사목연구소는 이번 조사연구에서 3가지 패러다임을 연구 분석, 예비신자 교리교육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초기 한국 천주교회 교리교육과 그 과정을 살펴보고 오늘날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기쁨과 희망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했다.

초기 한국교회에서는 ‘사랑방’ 문화 덕분에 소규모 교리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한 교회 공동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교리서는 당시 문화를 반영해 쉽게 풀어 만들었다. ‘전교-입교-교리교육-세례성사-단체활동과 지속적인 교리교육’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교리교육 체계 안에서 예비신자들이 공동체에 깊은 소속감을 갖고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특징이다.

사목연구소는 오늘날 교리교육 역시 지속적이고 순환적인 과정으로 계획돼야 하며, 신앙을 체험하고 신심을 굳건히 해줄 수 있는 병행 프로그램들을 각 본당 환경 등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개신교회의 새 신자 교육과 후속 교육 사례에서는 ‘평신도 일꾼을 세우는 리더십’, ‘전인적 소그룹’ 등 교회 성장의 열쇠가 되는 질적 특성을 파악했다. 또 ‘전도-정착-양육-훈련-(새 신자)재생산훈련’이라는 일관된 과정은 전교와 신앙생활, 평신도 양성에 매우 효과적인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교구들이 주교회의 규정에 토대를 두고 일선 본당에서 적용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예비신자 교리교육 커리큘럼과 관련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뉴욕대교구는 단계별 입교 예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통합적 교리교육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 사목연구소는 우리 교회 역시 각 교구 및 본당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예비신자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개선안

이러한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사목연구소는 예비신자 교육 기간을 6개월로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또 세례 뒤 1년(12회)간의 후속교육과 6주 과정의 심화교육으로 이어지는 통합적인 교리교육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균 6~8개월 동안 진행하던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을 6개월로 통합, 부족한 교리교육은 후속교육과 심화교육을 통해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1년 8개월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통합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교리기간 중 본당을 옮겨도 이어서 교리교육을 받을 수 있다.

통합 프로그램의 교리 내용은 ▲교리교육(케리그마) ▲공동체의 도움(친교) ▲전례 예식(전례, 기도) ▲사도적 생활(봉사)이라는 네 가지 차원의 지향점을 지닌다.

교회는 예비신자 교리교육 과정을 ‘전 예비신자 기간’ ‘예비신자 기간’, ‘정화와 조명의 기간’, ‘신비교육 기간’ 네 단계로 나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중 신비교육 기간은 후속교육과 심화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새 신자들은 후속 및 심화교육을 통해 본당과 공동체에 깊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후속교육은 새 신자들이 공동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 이 과정 중에 예비신자 교리교육에서 부족한 나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대부모와 후견인들이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해 새 신자들이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신앙을 성숙시키도록 도울 수 있다. 심화교육은 새 신자들 뿐 아니라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신자들, 일반 신자들의 재교육 차원에서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사목연구소는 아울러 핵심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시대 요구에 맞는 형태의 동영상 교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영상 교리는 예비신자 교리교육과 후속교육 혹은 심화교육에 활용할 수 있으며, 5분 정도의 분량으로 짧게 제작할 수 있다. 동영상 교리를 통해 교구나 본당에 관계없이 동일한 교리교육 내용을 제공할 수 있어, 지역 및 환경적 어려움으로 인해 교리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곳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동영상 교리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만든다. 특히 단편적인 교리 전달을 넘어 복음의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권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