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교우들끼리 싸우는 모습, 너무나 실망스러워요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n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0-11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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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회심의 연속… 신앙관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세요

【질문】교우들끼리 싸우는 모습, 너무나 실망스러워요

성당에 나가기가 싫습니다. 40대 중반의 남성인데, 사목위원을 하다 보니 본당 일을 하면서 서로 싸우고 험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성당도 사람들 모이는 곳이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그러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당에 안 나가는 것도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라는 것은 알기 때문에 더 괴롭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답변】신앙은 회심의 연속… 신앙관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세요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는 존재라서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 관계에서 힘을 얻어서 살아가는 것은 큰 행복의 하나일 것입니다.

교회는 하느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함을 느끼도록 해 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서로 공통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기에 관계를 잘 맺어 가는데 어려움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1960년대에 정신분석 방법으로 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환자들도 돌보는 벡이라고 하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주로 우울증 환자를 치료했는데 정신분석의 방법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해서 결국은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 방법은 당시에 바로 큰 호응은 얻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것이 인지치료라고 하는 방법입니다.

벡은 우울한 감정은 생각이 왜곡되어서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무언가를 하려면 완벽하게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것이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든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흔히 흑백논리적인 사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양극화된 사고방식입니다. 이분법적 사고라고도 부릅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지닌 분들은 자신의 행위가 완벽하지 못할 때 자신을 실패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고 실패자라고 인식을 하면서 우울해지는 경향을 지니게 됩니다.

우리가 다니는 성당에는 신부님, 수녀님이 계시지만 그분들의 사목활동을 돕기 위해서 애쓰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본당의 사목위원이라 칭합니다. 본당 공동체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연구하고 실천적인 방향을 제안하는 분들입니다.

물론 그분들도 생각이 각자 다르기에 사람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도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도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세례를 받은 시기, 교회에 대한 인식의 수준, 단체를 이끌어 가는 연륜 등도 다를 것이고 이런 차이들이 의견의 차이, 비전의 차이를 가져오기 쉽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의견과, 식견, 주장이 있다 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건전하지 않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한계일 것입니다. 그런데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니고 있다면 공동체 생활에서 어려움을 지니게 되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은 실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회심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관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회심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회심의 경험이 삶 속에 녹아들고 긍정적인 열매를 맺지 않으면 의미가 희석될 것입니다.

신앙이란 회심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마음을 둔다는 뜻입니다. 나약한 인간들의 모임이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고 그 가운데 하느님께서 우리를 인도하고 계시고 그분을 통해 회심의 경험을 하는 것이 신앙생활이라고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를 교회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