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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대전교구 ‘시노드 의제선정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0-10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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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아쉬운 점 ‘소극적 신앙태도’ 40.1%
교구 전 본당 세 그룹으로 나눠 신자 의식·냉담·본당 상황 설문
사제·수도자·사무장·주일학교 학생 등 대상별 세부 조사 별도로 진행
신자들, ‘쉬는 신자 회심’ 활동 강조 / 신영세자 관리·교육 필요성 대두 
사제는 ‘쇄신’·‘신자 재교육’ 필요 느껴 / 교구·본당 활동의 주력 분야로 응답

대전교구 ‘시노드 의제선정을 위한 설문조사’는 제목에서도 엿보이듯 ‘시노드 의제선정’을 염두에 둔 조사라는 면에서 교구 구성원들과 사목의 전 분야를 총망라했다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교구가 처음 진행하는 시노드 과정 안에서 모든 구성원의 신앙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공감이 이루어진 이슈들을 의제로 선정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특히 본당 설문조사 결과 내용은 쉬는 신자(냉담교우)들을 포함해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신앙의식과 교회 활동에 대한 시각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설문 결과를 정리해 본다.

■ 신앙의식·신앙실태

전 본당을 A·B·C 세 그룹으로 나눈 가운데, 전 신자 의식조사가 실시된 A그룹에서는 총 1만4274명의 설문 결과가 분석됐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1순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행복한 가정생활’(39.9%), ‘건강’(22.5%), ‘종교’(12.9%) 순으로 응답이 이뤄졌다. ‘종교’의 순위가 낮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현세복리추구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답한 이들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미혼에 비해 기혼이 많았고, 학력이 높을수록 선택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들은 ‘신자답게 살지 못한다는 죄의식’(35.7%)을 ‘현재 신앙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답했다. 뒤이어 ‘없다’(21.5%), ‘매주 미사참례 의무와 복잡한 전례’(10.7%), ‘너무 방대하고 어려운 교리’(7.7%) 등의 답변이 나왔다.

또 ‘신앙생활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신앙이 성숙해지는 것을 느낄 때’(22.7%)를 꼽은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기도의 응답을 받을 때’ (20.6%), ‘본당 신자들과 일체감을 느낄 때’(15.9%)였다. ‘평신도의 신앙생활에서 쇄신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교회 생활에 소극적 참여’(23.4%), ‘낮은 공동체 의식’(20.7%), ‘신앙과 신앙생활의 불일치’(18.7%) 순으로 답했다.

전례(특히 미사) 각 부분의 의미와 이해 정도에 대해서는 70.8%가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입교 연령이 늦을수록, 신자 권유로 입교하거나 견진성사를 받지 않았을 때, 또 나 혼자 신자이거나 본당 단체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사목적인 관심과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고해성사 빈도’ 항목에서는 ‘판공성사만’이라는 답변이 45.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3개월에 1회 이상’(37.2%), ‘월 1회 이상’(5.7%) 순이었다. ‘기도생활을 잘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에 대해 74.6%가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라고 답했다. ‘오늘날 순교자의 모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는 ‘희생정신’(30.2%)을 가장 많이 꼽았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바라는 사제상’에서는 1순위로 ‘겸손하며,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제’가 37.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검소하고 물질에 신경을 안쓰며 공금에 명확한 사제’(15.7%), ‘사리에 맞지 않는 독선을 피우지 않으며, 평신도와 함께 본당을 이끌어 가는 사제’(11.1%), ‘기도하는 사제’(9.5%) 순으로 응답했다. 1~4위에 해당하는 사제상이 전체 응답의 73.6%를 차지, 이같은 모습들이 이 시대에 신자들이 기대하는 사제상임을 시사했다.

총 1만2858명의 설문 결과가 분석된 C그룹 ‘본당 진단’ 조사에서 신자들은 ‘신자들의 소극적 신앙태도’(40.1%)를 ‘한국 가톨릭교회의 아쉬운 점’으로 봤다. ‘크게 늘어나는 쉬는 신자’(12.0%), ‘성직자 중심의 교회 운영’(9.2%)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96.7%가 ‘가톨릭신자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으나 ‘교구의 올해 사목방침을 알고 있다’는 답은 47.8%에 머물렀다.

소공동체 필요성을 묻는 항목에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신자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48.9%)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필요하나 원하는 신자들만 참여해야 한다’(35.7%)는 응답 비율도 높게 나왔다. 연령이 높을수록 ‘반드시 필요하고 신자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였다. 20세 미만 경우 13.8%가 필요성을 느꼈으나 60세 이상에서는 수치가 57.1%로 올라갔다.

‘본당의 새 신자 모시기가 적극적인가’ 질문에는 61.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1년간 이웃이나 비신자에게 성당에 나오도록 권유한 정도’에서는 50.5%가 ‘별로 하지 않은 편’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신앙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이라 생각해서’(37.4%), ‘나 자신이 그들보다 나은 게 없다고 생각해서’(22.4%), ‘용기가 없어서’(17.5%) 순이었다.

■ 쉬는 신자(냉담교우)

이번 설문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쉬는 신자 조사’ 부분이다.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 종교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신앙생활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또 1인 가구 증가 속에 종교 선택과 신앙생활이 약화되는 환경은 쉬는 신자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2015년 한국천주교회 교세통계를 볼 때 성탄 판공에는 30.6%가 참여하고 부활 판공에는 31.7%가 참여하는 현실은 결국 신자 다섯 명 중 한두 명 정도만이 신앙생활에 적극적이고 나머지는 소극적이거나 포기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대전교구의 쉬는 신자 조사 설문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B그룹에 해당되는 본당에서 조사가 실시됐으며 31개 본당에서 ‘쉬는 신자 의식 설문조사’가 이뤄졌고, 26개 본당에서 ‘쉬는 신자 신상 파악 기록지’를 수거하는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실시됐다. 의식조사에는 총 4012명이 응답했고 신상 파악 기록지는 총 4912부가 집계됐다.

응답자들이 신앙생활을 쉰 기간은 ‘10년 이상 20년 미만’(27.6%)이 가장 많았다. 다음이 ‘5년 이상 10년 미만’(26.6%) 순이었다. 74.5%가 본당 단체 활동(레지오·구역반·소공동체·신심단체 등)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53.3%가 견진성사를 받은 상황이었다. 가족 중 신자현황은 ‘가족 모두가 신자’(51.4%), ‘가족 중 일부만 신자’(37.6%), ‘나혼자 신자’(10.5%) 순이었다. 입교 시기는 비(非) 유아영세자가 68.0%를 차지했다.

의식조사는 종교성 가운데 ‘투신’(commitment)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주로 ‘활동’(action) 중심으로 시행됐다. 응답자들은 69.3%가 ‘주일미사 위주로만 미사에 참례했다’고 답했으며 성당활동 참여 여부 질문에서는 ‘보통이었다’(29.4%),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26.3%) 순의 응답률을 보였다. ‘신앙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묻는 항목에서는 ‘보통이었다’(43.1%), ‘어느 정도 중요하였다’(32.9%) 순으로 답했다.

신앙생활을 쉬게 된 이유는 ‘생계(직장)나 학업 때문에’(22.8%), ‘그냥 귀찮아서’(15.8%) 등이었고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이라고 답한 비율도 15.0%였다.

76.5%의 응답자들이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나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할 때 본당의 도움 여부에 대해서는 68.8%가 ‘스스로 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경감’(13.1%)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영세 초기 신자들을 교회에 오랜 기간 잘 안착시키지 못하는 관리구조’, ‘고해성사만을 중심으로 하는 냉담자 판별기준 구조’, ‘부족한 신자재교육 구조’, ‘신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목대응 구조’ 등 한국교회가 지닌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 가정·생명

가정·생명 관련 설문 조사에서는 A그룹 본당 미사에 참례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신자 1만1525명 조사 결과가 분석됐다. 응답자 80.9%는 ‘신앙이 이혼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고 동의했으며 91.2%는 ‘신앙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루는데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가정생활과 관련해 교회의 도움을 받은 경험’ 항목에서는 40.6%만이 ‘받았다’고 답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43.2%가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이었고, ‘찬성한다’는 답은 30.7%였다.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에 대해서는 51.6%가 ‘아니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7.7%였다.

■ 대상별 조사

이 조사는 사제·신학생·사무장·교구직원·수도자·주일학교 학생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서 대전교구 사제들은 ‘앞으로 교구가 주력해야 할 분야’(1순위)에 대해 ‘사제쇄신’(24.9%), ‘신자재교육’(23.8%), ‘쉬는 신자 회심(관심)’(14.4%), ‘교구 사목비전 수립’(12.2%) 순으로 의견을 밝혔다.

교구에서 사목 중인 사제 186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아울러 ‘앞으로 본당에서 향후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로 ‘신자재교육’(25.0%), ‘청소년 청년사목’(20.7%), ‘쉬는 신자 회심(관심)’(16.8%), ‘본당 봉사자 양성’(14.1%) 순으로 답했다. 교구와 본당 사목의 현안으로 ‘사제쇄신’과 ‘신자재교육’에 가장 큰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바라는 수도자상’에 대해서는 44.0%가 ‘영성생활에 충실한 수도자’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서 ‘희생적으로 봉사하는 수도자’(22.8%), ‘검소와 절제를 실천하는 수도자’(10.3%), ‘인격적으로 뛰어난 수도자’(9.8%) 순으로 응답됐다.

본당 A·B·C 그룹 본당 미사에 나오는 중고등부 학생 2446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하루 중 부모님과의 대화시간’에 대해 31.8%가 ‘1~2시간’으로 답했다. 다음 순위가 ‘30분~1시간’(28.9%)였다. 평균적으로 77.7분 동안 대화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화 주제는 약 80%가 ‘학교생활’, ‘성적·학업’, ‘진로’에 대한 내용이었고 신앙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학생은 0.9%에 불과했다.

‘주일학교에 바라는 점’(1순위)은 ‘우리가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 제공’이 32.2%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25.6%)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