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칼럼] (18) 생태적 회개와 생태영성

강금실 (에스델) 포럼 지구와사람 대표rn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0-10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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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에서 DDT검출,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고래 뱃속에서 쓰레기더미 검출….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소식들은 자연환경의 파괴로 인해 삶의 여건이 심각하고 어려워졌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야 하는가를 돌아보는 것은 신앙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구약성경은 창세기에서 자연이 인간의 협력자로서 동등한 지위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으나, 신약에 오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많지 않다.

나는 이것이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추측한다. 첫째, 예수가 오신 시기는 로마제국이 법에 의한 통치를 완성하는 때였기 때문에 극대화되는 인간권력의 지배가 최대 문제거리였다. 이는 인간중심주의의 확대로서 오늘날의 자연파괴의 근본원인에 닿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는 맨 먼저 갈릴래아 전도에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고 하셨고, 이어서“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태 11,12)고 하셨다. 둘째는 신약의 시대는 아직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의 상황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신약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예수께서는 마태오복음 6장 26~34절에서 하늘나라를 하늘의 새와 들에 핀 나리꽃의 세상에 비유하며 인간적인 걱정을 버리고 하느님의 나라와 의로움을 찾으라고 하셨다. 로마서 1장 20절은 자연을 통해서 하느님의 영원한 힘과 신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는데, 모든 피조물이 멸망의 종살이를 하고 있다(로마 8,21~22)고 했다. 결국 타락한 인간으로 인해 자연도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므로, 우리에게는 생태적 회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은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1코린 4,1~2)이고, 하느님의 신비는 하느님의 신비롭고 감춰져 있던 지혜(1코린 2,7)이다. 이 세상의 지혜는 하느님께 어리석음일 뿐이고(1코린 3,19), 하느님의 지혜는 복음 선포를 통하여 인간의 눈에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으로 드러난다.(1코린 1,21)

이러한 갈릴래아의 전도와 하늘나라의 의미, 그리고 하느님의 신비와 지혜, 인간의 역할 등 신약성경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문명의 근본을 지탱해온 인간의 권력과 선물(Gift)에 반하는 환전의 경제질서라는 두 가지 기본 가치관이 하느님의 지혜에 반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지적한다. 인간중심적 가치관이 바로 하느님이 보시기에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그리고 그 어리석음은 지금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자연파괴와 삶의 붕괴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인간중심적 가치관이 전복되어야만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회복될 것인데, 인간 힘으로는 안 되고 성령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1코린 2,10)고 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는 현재의 인간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성적 방법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인간사회 문제와 자연환경 문제는 불가분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통합생태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오늘날 그리스도 영성은 본질에서 생태영성과 생태적 회개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 실린 가르침이기도 하다.

강금실 (에스델) 포럼 지구와사람 대표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