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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성월 특집] 성인들의 묵주기도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0-11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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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도 즐겨 바친 기도… 성덕의 길로 이끌어

‘묵주기도성월’, 묵주기도를 바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죽음, 영생과 관련한 신비를 묵상하고 더욱 성실히 주님을 따르겠다는 믿음과 용기를 다짐하는 달이다.

묵주기도는 교회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와 함께 기도하며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는 기도다. 어머니이신 마리아에게 영감과 가르침을 받고 권고 받았기 때문에 성인들도 특별히 묵주기도를 즐겨 바쳤다. 오랜 역사에 걸쳐 신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기도이기도 하다.

묵주기도성월을 맞아, 묵주기도 안에서 성덕에 이르는 참된 길을 찾은 성인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특별히 묵주기도를 통해 받는 은총을 되새길 수 있는 일화들이다.

성 요한 23세 교황.

■ 영적인 삶의 풍요로움 주는 묵주기도

성 요한 23세 교황은 어느 곳에 머무르든 일과를 묵주기도로 시작해 묵주기도로 끝낼 만큼 묵주기도에 빠져 지냈다. 때론 그 시간에 함께 있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바치기도 했다. 요한 23세 교황은 평소 새벽 4시면 일어나 오전 8시까지 성당 안에 머무르며 기도와 묵상, 영적독서를 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면 비서신부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묵주기도를 바쳤고 저녁 식사 이후에는 성체 조배를 하고 마지막 묵주기도를 바쳤다.

그는 “묵주기도로 묵상과 영신수련을 동시에 수행한다”면서 “묵주기도의 수련은 모든 신자들의 아버지로서 다양한 직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 정신을 깨어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생전에 신자들과 마지막으로 만난 알현 자리에서는 “최소한 하루 한 번이라도 묵주기도를 바치는 데 시간을 내십시오. 묵주기도로 위안과 강인함, 충실함을 얻기 때문입니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요한 23세 교황은 묵주기도를 하면 할수록 현실적인 관심사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묵주기도를 바치는 영혼은 결코 자신만을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기도할수록 더 강하고 더 착한 마음을 지니게 되고 사회적 소속감과 책임감을 지니게 되고 사회의 불안과 위험에 관심을 두게 된다”고 전했다. 그리하여 “묵주기도는 공적이고 공동기도, 위대한 기도로 승격된다”는 말이었다.

성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드 몽포르는 묵주기도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성인이다.

성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드 몽포르.

루도비코 성인은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부모와 사제인 삼촌으로부터 교리를 배웠다. 또한 기도하는 시간을 즐겼는데, 특히 묵주기도 바치는 것을 좋아했다. 동생과 친구들에게도 직접 묵주기도 방법을 가르쳐주며 함께 바치곤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와 설교를 통해서도 묵주기도를 강하게 권고했다.

생의 말년에 저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묵주기도의 비밀」에서는 매일 묵주기도를 다섯 단씩 세 번 바치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제대로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칠 때마다 천국의 흰 장미꽃 백쉰세 송이와 붉은 장미꽃 열여섯 송이로 된 화관을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머리에 씌워 드리는 것”이라며 “이 꽃들은 결코 시들거나 그 우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르톨로 롱고 복자는 묵주기도의 참된 사도로서 특별한 은사를 받았다.

그는 “묵주기도를 전파하는 사람은 누구든 구원을 받는다”는 깊은 확신에 차 있었다. 또 15주간 토요 묵주기도를 실천하며 그리스도 중심적인 묵주기도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런 이유로 10월을 ‘묵주기도성월’로 선포한 레오 13세 교황의 격려와 후원도 받았다.

■ 연옥 영혼의 구원 이끄는 묵주기도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묵주기도 한 단이 끝나면 바치는 ‘구원을 비는 기도’다. 파티마에 여섯 번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세 번째 발현 때 묵주기도 각 단을 바친 후 이 기도를 바치라고 요청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신비한 체험을 통해 묵주기도가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구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묵주기도를 바치는 도중 황홀경에 빠져 연옥을 봤다. 연옥은 영혼들이 불꽃에 의해 정화되는 거대한 밀폐 지역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첫 번째 성모송을 외우고 나서는 영혼들 위로 갑자기 신선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면서 그 영혼들을 위로하는 것을 목격했다. 성모송을 두 번째, 세 번째 외웠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묵주기도를 통해 신비한 체험을 한 그는 이후 연옥 영혼들을 위한 묵주기도를 바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성 알폰소도 묵주기도 봉헌을 권고하며 “만약 우리가 연옥에 있는 영혼을 돕고 싶다면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묵주기도를 바쳐야 한다”면서 “묵주기도는 그들에게 대단한 구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또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는 일기장에 “여러분은 여러분이 바치는 묵주기도의 횟수만큼 많은 영혼을 구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성 클레멘스 마리아 호프바우어는 묵주기도로 죄인들을 회개하도록 돕는 특별한 사도직을 실천했다.

그는 항상 비오 7세 교황이 준 작은 묵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어느 날 실수로 그것을 잃어버려 몹시 화가 나 있었는데, 한 수녀가 그 묵주를 찾아줬다. 그러자 성인은 “이 묵주를 찾아줌으로써 당신은 죄인들의 회개에 큰 도움을 주었다”면서 “내가 죄인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할 때마다 나는 그 영혼의 회개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기뻐했다.

그는 “주님은 거룩한 묵주기도를 통해 나에게 또 다른 한 영혼을 주셨다”고 말하고, “죄인이나 다양한 문제로 얼룩진 영혼들이 묵주기도를 통해 회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에게 죄를 고백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이들의 회개를 위해 묵주기도를 많이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 보호와 평화를 돕는 묵주기도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오상의 성 비오) 신부는 일생동안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 대한 사랑을 증거했다. 그의 손에는 항상 묵주가 있었는데, 1968년 9월 23일 병자성사를 받은 뒤 더 이상 성모송을 소리내 발음할 수 없을 때까지 묵주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묵주기도에 대해 연설할 때면 묵주를 들어 올리며 “마음의 평화, 악을 이겨낼 승리, 하늘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를 극복할 힘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인은 1959년 8월 6일 묵주를 통한 기적을 체험했다. 당시 파티마의 성모상 순례기도가 그가 있던 이탈리아 산 조반니 지역에서 이어졌다. 당시 성인은 흉막염으로 중태에 빠져있었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성당으로 가 파티마의 성모상에 입을 맞추고 황금 묵주를 봉헌했다. 오후가 되자 성모상은 포르투갈 파티마로 가는 헬리콥터에 실렸다. 그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성모님, 나의 엄마, 이탈리아에 오셨는데 저는 병이 들고 말았네요. 병든 저를 두고 이제 떠나시는군요”하고 크게 외쳤다. 그런데 이 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몸의 떨림을 느꼈다. 이어 병이 나았고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힘이 넘쳤다.

비오 11세 교황도 1937년 중병에서 회복한 이후, 묵주기도를 바침으로써 어린이와 같은 믿음으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회상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묵주기도를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에게 이르는 최고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당시 교회를 위해 성모 마리아를 통한 기도를 바치자고 요청했다. 특히 적대감으로 인해 국제적 긴장이 팽팽한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평화를 위한 기도를 강조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평화를 위하여 10월에 바치는 기도에 관해 밝힌 회칙 「그리스도의 어머니」(Christi Matri)를 통해서도 “묵주기도는 악을 멀리하고 재난을 피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기도이자 풍요로운 신앙생활을 촉진하는 기도”라고 설명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