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위기의 청소년들? 위기를 넘어 새로운 희망으로… / 손애경 수녀

손애경 수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센터장)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0-11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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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망 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사망한 10대의 수가 2015년 4.2명에서 2016년 4.9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5.5명에서 2015년 4.2명으로 꾸준히 줄어들던 10대 자살률이 1년 새 16.5%나 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6년 들어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2016년 전체 자살률(-3.4%)을 비롯해 70대(-13.5%)와 80대(-6.6%), 30대(-1.8%)의 자살률이 유의미한 감소 추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연령대의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유독 10대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사상 최고의 청년 실업률과, 가정의 해체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웹툰이나 드라마 등 10대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에서 자살 관련 내용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청소년의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10대들이 느끼는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는 그대로인 반면 청년 실업 등의 여파로 학업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기대 이익’은 급감하고 과거처럼 열심히 공부만 잘하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었던 ‘동기’도 약해진 지금의 현실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만들어 가고 있는 10대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첫째, 청소년들은 성인과 달리 발달 측면에서 미성숙한 단계이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을 적절히 다스릴 힘이 부족하다. 인지사고 역시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하다. 나아가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둘째, 자아형성이라는 중대한 과업이 있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학업경쟁에 몰린 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등 철학적 고민을 할 시간을 내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

셋째,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할 대상이나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렇게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청소년들은 자신의 문제를 올바른 방법으로 해결하기 힘들게 되고 결국 일부 청소년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인 대안으로 자살을 선택하기에 이르게 된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를 찾아 자살위기상담을 하는 성인 중 많은 경우가 청소년 시기에 자살시도를 경험한 것을 보면, 청소년 시기의 자살예방이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큰 대안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은 행복한가?

OECD의 행복지수 조사 결과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6년째 최하위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폭력가정(신체적·정서적 학대) 안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자신 안에 내재된 분노와 화를 풀어낼 곳을 찾다 보면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그 분노를 자신에게 표출하게 되면 자살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수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청소년들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평가의 틀 속에 넣어 평가하고 단정 지어 버리지 않고 존중하고 좀 더 기다려 줄 수 있다면 순간의 충동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였더라도 단죄하기 이전에 상처받은 그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들어 줄 수 있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상처받고 절망에 빠진 아직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박노해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실패로 무너지고 불운에 쓰러져도 다시 희망 쪽으로 일어서 걷는 것은 내 안에 아직 피지 못한 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인정하는 꽃을 피워 보겠다고 나도 모르게 홀대하고 밀쳐 두었던 나만의 꽃들 정작 자신이 그토록 원했으면서도 세상이 바라는 것들을 먼저 피워 보겠노라 아직 한 번도 피우지 못한 내 안의 꽃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애경 수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