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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교회의 사회복지와 사회사목의 사목적 이해 / 문병학 신부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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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회복지 활동의 사목적 전망’을 주제로 한 사회복지위원회 전국 연수(1996)에서 당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이셨던 최창무 주교님은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과 사회사목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교회의 헌신을 복음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복음화를 위한 구체적 기획을 사목이라 할 수 있다. 교회는 여러 사목활동 안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일로 사회복지, 사회사업 등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교회성을 드러내는 사회사목으로 칭할 수 있다.”

최 주교님은 또한 ‘현대의 복음 선교’ 29항과 35항을 근거로 “사회사목은 사회적 일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위한 복음화, 좀 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인간 구원과 영적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교회의 사회복지적 활동은 사회사목의 일환으로 교회의 사명인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데 헌신하는 복음화의 한 영역이고, 이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사랑함으로써 구체화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과 사회사목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헌신이자 복음화를 위한 투신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증거하고 사랑을 드러내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본질적이며 실천적인 삶입니다. 이미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교회성을 가지고 이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1993년경 제가 사회복지국장으로 일할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사회복지 및 사회사목에 관한 이해가 사목자들에게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사실 교회의 사회복지는 전문성의 영역에선 초보 단계에 있었고 사회사목이란 용어와 개념도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목현장에서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의 복음화 활동이나 기획에 ‘사목’이란 용어가 사용되자 때론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목은 일반적으로 사목자인 사제가 신자를 통솔 지도하여 구원의 길로 이끄는 행위로 ‘교직자들의 활동’이나 ‘성사집행’ 등으로 이해됐기 때문입니다. 사목자가 없는 곳, 사목자들이 미처 관심을 쏟지 못하는 현장에서 때로 평신도들만으로 빈민사목, 노동사목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합당한지를 논했습니다.

당시 빈민사목, 노동사목, 이주민사목, 환경사목 등엔 교구 담당 신부님들은 별로 없었고, 사실상 교구로부터 인준을 받거나 지지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인권 문제, 민주화 운동, 노조활동 등을 둘러싸고 사회계층 간 대립·분열 현상 등이 있었고 이념 문제가 포함돼 교회 안에서도 사목자들과 신자들, 활동가들 간에 갈등도 없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목자들의 부족으로 교회의 사목적 지도와 관심, 지원 없이 이루어지는 사회 활동 단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가 이러한 활동들을 통합해서 지도하고 함께 사목적 기획을 실행할 수 있는 팀과 부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사회복지회에서 자원 봉사자 학교를 열어 봉사자를 양성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노동사목, 빈민사목 활동을 하는 외국인 신부님, 수도자, 평신도들의 연구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또 ‘사회사목실’이란 이름으로 부서를 운영하고 사회사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 교구 사회사목실에서 외국인 노동자 상담도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밀려 들어오면서 사회사목적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교구에 처음으로 ‘사회사목실’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활동들을 지켜보시던 신부님 중에 사목신학을 전공한 교수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사회사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하시던 그 신부님께, 저는 “사목자가 포함돼 있지 않은, 신자들의 사회 활동 단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로서 ‘사회사목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