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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생명의 길1-불, 물, 밥 그리고 사람」 펴낸 정성헌 이사장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9-26 수정일 2017-09-27 발행일 2017-10-01 제 306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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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호 그림/1만3000원/ 271쪽/디엠지평화생명협동조합

“밥 한 그릇에 담긴 이치를 생각해보세요”
생명과 평화의 상관성, 만화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 급해지고 폭력적 돼”
지식정보사회서 앞으로 제4의 물결은 생명사회될 것

“뭇 생명을 살리는 길이 곧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입니다.”

최근 「2030생명의 길1-불, 물, 밥 그리고 사람」(이하 「생명의 길」)을 낸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정성헌(아우구스티노·71) 이사장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DMZ평화생명동산은 민간인 통제선에서 승용차로 3~4분 거리밖에 안 돼 우리 병사들의 소총과 포 사격 소리가 가깝게 들릴수록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합니다. 북한 핵은 물론 지구의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큰 꿈을 꾸게 됩니다.”

정 이사장은 남북이 하나 되고 일본과 중국이 평화롭게 사귀고 그래서 서해와 남해, 동해가 동북아 ‘평화 지중해’가 되는 꿈을 그려보기도 한다. “평화를 꿈꾸지만 북극의 얼음이 녹아 커다란 얼음덩어리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북극곰의 모습에서, 남극의 얼음 대륙이 쪼개지기 시작해 몇십 년 지나면 무려 1조 톤의 얼음이 떨어져 나가 바다로 흘러갈 것이라는 아찔한 뉴스에서 우리의 꿈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는 평화와 생명은 하나라는 것, 생명을 살릴 때 평화가 온다는 진리를 「생명의 길」에서 호소한다. 가톨릭농민회 활동 40년 경력의 원로이면서 세상의 불의에 맞서 19세 때부터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다 수 차례 옥고를 치렀던 우리시대 스승의 목소리에는 무게감과 진정성이 담겨 있다.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생명의 길」을 만화로 구성한 배려에서 정 이사장의 애틋한 생명존중 정신이 묻어난다.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만사의 이치가 한 그릇 밥에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밥과 반찬, 국이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생각하면 하늘의 태양과 구름, 비, 바람부터 농부의 땀과 웃음, 애환,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까지 자연과 인간세계의 삼라만상이 밥 한 그릇에 담겨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 이사장은 요즘 젊은 세대와 10대 학생들의 성격이 급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원인을 학교 급식을 포함한 음식문화에서 찾았다.

“대량으로 조리된 음식을 집단적으로 먹는 학교 급식이나 포장만 뜯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지면 사람 성품도 똑같이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DMZ평화생명동산을 운영하는 첫 번째 원칙이 ‘맛있는 밥보다 좋은 밥’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는 창세기 말씀을 연상시키는 ‘좋은 밥’이다.

그는 「생명의 길」에서 현대인들이 분별없이 에너지를 과소비해 ‘불’로 뜨거워진 생태계를 통렬히 비판한다. “한국에 살던 토종벌 98%가 죽었습니다. 왜 죽었을까요? 전기와 화석에너지, 전자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스마트폰 4000만 대에서 뿜어 나오는 전자파를 벌이 견디지 못한 겁니다.”

벌의 죽음을 인간 생태계의 침해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라야 창조질서가 회복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커피나무를 키우고 가공하고 유통시키는 데 물 150리터 가까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마시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묻는다.

“지식정보사회가 제3의 물결이었다면 제4의 물결은 ‘바이오사회’ 즉 ‘생명사회’가 될 것입니다. 생명사회가 본격화 될 2030년에는 제가 희망하는 생명의 움이 다시 싹트기를 소망합니다.”

※문의 033-463-5155∼7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