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30년 병원선교 경험,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상)

인천교구 병원선교사 김년웅(바오로·학익본당)
입력일 2017-09-26 수정일 2017-09-26 발행일 2017-10-01 제 306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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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천교구 병원선교사 김년웅 바오로라고 합니다. 10월 전교의 달을 맞아 선교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근 30년간 체면, 인격, 자존심 다 버리고 얼굴에는 철판 깔고 역전, 지하도, 길거리, 시장, 대학교, 그리고 동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선교활동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경비들이 쫓아내면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도망 다니면서 그렇게 선교를 해 왔습니다. 솔직히 선교활동은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앞에서는 박해받고, 뒤에서는 조롱과 비방을 듣고, 이제는 그만두자 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건강하니 조금만 더 해보려 합니다. 우리 교회를 위한 활동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하대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기도를 위해 환자 바오로씨를 찾아갔는데 환자는 의식이 없어서 부인 아녜스 자매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매가 하는 말이, 남편이 전에도 자주 아파서 남편 병 때문에라도 성당에 다니며 기도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자꾸 찾아와서 교회에 가자고 하는데, 성당에 가자고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안 오더랍니다. 기다리다 할 수 없어 내 발로 가자 하고 성당을 찾아가 영세를 받았고, 본인이 영세를 받고 나니 남편 병세도 호전돼 남편도 그때 영세를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왜 천주교는 선교를 하지 않습니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기도와 선교를 하면 오히려 신자들이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며 “우리 천주교에서도 이런 것을 해요?”라는데 참 속상할 따름입니다.

병원에 가보면 환자와 가족, 방문객들 중 60세 이상은 천주교 신자이고, 60세 이하 젊은 층들은 개신교 신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늙은 부모는 성당에 다니는데 자녀들은 개신교회에 다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부모의 잘못인가요, 교회의 잘못인가요? 신앙은 자유인데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일까요?

자녀들을 성당으로 이끌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교회가 젊은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맞춰 주지 못하고, 즐겁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개신교회로 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어떤 사제, 수도자, 신자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선교가 책 들고 길이나 병원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예수 믿으세요, 성당 나오세요’ 하는 겁니까? 신자답게 잘 사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물론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신자 한 사람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고 계십니까. 우리 교회가 사는 길은 선교인데, 소수 신부님, 신자들의 힘만으로는 버겁습니다. 모든 신부님들께서 함께 나서주셔야 합니다. 신부님들께서 함께 모여 지속적인 선교방법을 고민하고, 이 시대 젊은이들이 무엇을 원하며, 그들을 교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하고, 그 결과를 모든 본당이 똑같이 실행해 나가야만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부님들이 움직이시면 신자들도 자연스레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인천교구 병원선교사 김년웅(바오로·학익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