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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이권 다툼” 교황의 말씀 뜻은 / 윤완준

윤완준(테오도로)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입력일 2017-09-19 수정일 2017-09-19 발행일 2017-09-24 제 306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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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1일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이권 다툼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솔직히 말하면 (이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세계의 지정학적인 문제는 정말 잘 모른다. 내게는 어려운 문제”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권 다툼’에 대해서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지난해 9월 북한의 핵실험과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올해 9월 초에도 교황궁을 방문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측에 “한국인들이 평화와 형제간 화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기를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이권 다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에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교황이 말한 ‘이권 다툼’은 한반도,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 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간 군사 경쟁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이를 미중 간 패권 다툼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핑계로 동북아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중국을 견제, 포위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응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무기 배치나 군사훈련은 모두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핑계로 동북아 국가들에게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보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고 본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동중국해, 미국과 해상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까지 이어지는 패권경쟁 전선에서 미중은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국민들의 안보 우려를 군사무장화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일본 언론인들도 일본의 군사무장화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으면서 서방 세계와 갈등하고 있는 러시아 역시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미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저마다 자기 국가이익을 중심에 놓고 상대의 행위를 의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중국에도 미국에도 북한 핵문제 해결보다 한반도에서 상대를 견제하고 상대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게는 어려운 문제”라며 겸손함을 표시했지만 그가 감지한 ‘이권 다툼’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미중일러 누구의 말과 행동이 옳든 결국 그사이에 낀 한국은 북핵 위기가 고조될수록 미중일러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윤완준(테오도로)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