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칼럼] (17) 일회용 사회 / 조현철

조현철 신부(예수회)rn녹색연합 상임대표rn
입력일 2017-09-19 수정일 2017-09-19 발행일 2017-09-24 제 306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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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니 일회용품도 늘어나
경제 논리로 원전 위험성 간과
인간도 ‘쓰고 버리는’ 수준 전락

젊은 직장인들이 커피를 손에 들고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걷는다. 거의 예외 없이, 모두 투명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커피를 마신다. 점심시간, 도심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한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컵은 얼마나 될까? 무려 70억 개! 재활용 비율은 5% 남짓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가지고 간다고 할 때만 일회용 컵을 주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머그컵에 달라고 하지 않으면 무조건 일회용 컵을 주기 시작했다. 요즘은 마시고 간다 해도, 일회용 컵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예 머그컵을 없애버린 것이다.

우리는 일회용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가 한 번 쓰고 버리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으로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로 변하고 있다(「찬미받으소서」 21항).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버려서 없앨 수 있는 쓰레기란 없다. 우리가 버리는 것들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어떤 곳으로 갈뿐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연결고리를 통해 세상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

일회용품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된 것은 편리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성’ 때문이다. 아무리 편리해도, 돈이 되지 않는다면, 일회용품을 이토록 남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되니까,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일회용품을 이렇게 마구 사용하는 것이다. 돈이 우상이 되고, 시장이 새로운 독재자로 등장한 것이다(「복음의 기쁨」 55~56항). 돈과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생명과 안전, 깨끗함이나 아름다움과 같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 환산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모두 돈으로 환산되어, 돈이 되지 않으면 무시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조류 인플루엔자, 살균제 계란과 같은 참혹한 재난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요즘 공론화 과정이 한창인 신고리 5·6호기 문제에서도 경제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 이왕 공사를 시작한 것, 매몰비용을 생각해서 일단 건설하자는 얘기다. 안전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건설 찬성 측 주장은 너무나 쉽게 먹힌다. 지금껏 드러난 원전에 대한 각종 비리, 부실 운영, 은폐 시도는 별로 관심 대상이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로 부산과 울산 지역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지역이 되어도, 활성단층이 지나가도, 반경 30㎞ 이내에 382만 명이 살고 있어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울산석유화학단지와 같은 주요 산업시설이 있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돈이면 그만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대상에 사람이 포함된 지도 이미 오래다. 각종 형태의 비정규노동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루 평균 노동자 5~6명이 죽어나가고, 사망자의 95%가 하청노동자라는 사실이 사람을 글자 그대로 쓰고 버리는 우리의 슬프고 끔찍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건을 함부로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회에선 사람에 대한 예의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조현철 신부(예수회)rn녹색연합 상임대표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