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새 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 펴낸 김홍신 작가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7-09-19 수정일 2017-09-19 발행일 2017-09-24 제 306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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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에 용서한다는…
인간 본성을 파고들었죠”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

현대사회의 모순적인 현실을 꼬집는 장편소설 「인간시장」을 집필한 김홍신(리노·70) 작가가 따뜻하고 섬세함으로 가득 찬 사랑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352쪽/ 1만4000원/ 해냄)이다. 표지에도 실린 문장처럼, 김 작가의 새 책은 ‘사랑과 용서’에 초점을 맞췄다. 그간 시대적 내용을 담은 소설을 집필해왔던 작가에게 ‘사랑 이야기’는 어쩌면 낯설지도 모른다. 김 작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인간의 근본 문제를 파고들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며 “사랑과 용서가 핵심이 되는 소설을 쓰고 싶었고, 또 사랑과 용서는 가톨릭 정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책은 사랑을 진득하게 품고 있다. 사제를 꿈꾸는 예비 신학생인 ‘리노’와 성가대 반주자인 여성 ‘모니카’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리노는 고등학생이면서 어릴 적부터 신학교 진학을 바라왔다. 그러던 중 7살이 많은 모니카를 만나면서 리노의 꿈은 신학생에서 의대생으로 바뀌게 된다. 리노와 모니카의 사랑은 어느 한쪽이 적극적이거나 자극적인 모습이 아니다. 침묵의 사랑으로 곁을 지키는 성숙한 연인의 모습을 담았다. 서로가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감정을 강요하거나 표출하지 않는다. 묵묵히 지켜보는 진실한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과 아픔이 있지만, 결국에는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녹여냈다.

특히 책이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리노’가 작가의 세례명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이 책이 자신의 유년 시절의 기억이 어느 정도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 프랑스에서 온 신부님이 ‘너는 나를 따르라’라는 말과 함께 세례를 줬다. 흔하지 않은 세례명이기도 했고,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공소와 가정방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신부를 꿈꾸기도 했다”는 작가는 신앙생활 중 냉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냉담을 할 때도, 성당 앞을 지나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끌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 신앙을 가진 작가라면,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가톨릭적인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스스로에게 신앙이란 “육신이 아닌 내 정신과 영혼을 깨뜨리지 않고 곧게 걸어가게 하는 영혼보험”이라고 덧붙였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1부-철조망 또는 성벽, 2부-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3부-새끼손가락의 약속, 4부-깊은 용서로 구성됐다. 각 장마다 리노와 모니카의 1인칭 시점 글이 번갈아 수록돼 두 인물이 겪는 감정의 파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독자들은 둘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벼락같고 피뢰침같이 단번에 감전되는 사랑이 근사한 건 줄 알았는데 그 순간을 영혼의 창고에 쟁여두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100℃가 아니라 36.5℃라야 한다는 걸 이제야 겨우 알아차렸습니다”라는 말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