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추석 명절, 이주노동자와 함께 기쁨을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9-19 수정일 2017-09-20 발행일 2017-09-24 제 306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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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한국생활 잠시 잊고
환하게 웃어봐요 보름달처럼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몸과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부모와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 하늘가를 더듬게 된다. 하지만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은 어느 때보다 짙은 향수와 그리움에 젖을 수밖에 없다. 고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추석을 외롭게 보내는 우리의 이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외롭지 않게 추석을 보내도록 돕는 교회의 모습을 찾아봤다.

■ 김포이웃살이 24일 ‘프춤번’ 축제

예수회 이주노동자센터 ‘김포이웃살이’(센터장 이성균 신부)는 추석에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9월 24일 경기도 김포시 서암리 김포이웃살이 마당과 건물 내부에서 ‘프춤번’ 축제를 연다.

프춤번은 본래 캄보디아의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로 우리나라 추석과 날짜가 엇비슷하다. 매년 9월이나 10월에 김포이웃살이와 캄보디아 공동체가 협의해 마련하는 프춤번에는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참석하지만 베트남, 필리핀, 태국, 미얀마,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도 자리를 함께한다. 프춤번을 매개로 김포 지역사회는 이주노동자들의 문화와 전통, 정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그들을 한국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5년에는 김포장애인복지관, 2016년에는 김포대학에서 프춤번이 열렸지만 지난해 9월 김포이웃살이가 개소 11년 만에 신축건물을 축복하면서 올해 프춤번은 외부 기관을 빌리지 않고 김포이웃살이에서 행사를 치르게 된 것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의미가 깊다.

김포를 중심으로 한 경기도 서부지역 이주노동자들에게 김포이웃살이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고 임금체불이나 사용자로부터의 부당한 대우, 이직 고민 등이 있을 때에도 ‘친정집’처럼 달려가는 보금자리다.

올해 프춤번도 예년과 같이 캄보디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전통음식을 나누고 민속춤을 추면서 하루나마 고향에 돌아간 듯한 푸근한 시간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포이웃살이는 프춤번 행사 장소를 제공하고 전체적인 진행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캄보디아 공동체가 주체적으로 세부사항들을 결정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 주도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프춤번에도 김포이웃살이를 후원하는 의료진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 주기로 했고, 김포경찰서 경찰관들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법률지식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 프춤번이 갖는 또 하나의 미덕은 이주노동자들의 출신 국가는 물론 체류 형태를 묻지 않고 누구나 참여해 형제애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김포이웃살이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신자와 독지가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법률적, 행정적 관점을 따지지 않고 인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지만을 보고 있다.

김포이웃살이는 10월 14일에는 전문 음악인들과 이주노동자들이 같은 무대에 오르는 음악회도 연다. 이 음악회는 이주노동자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김포이웃살이를 널리 알리고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음악회에 출연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추석 연휴 기간 중 김포이웃살이에서 음악회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김포이웃살이의 활동 취지에 공감해 재능기부로 무대에 오르는 전문 음악인들도 평소에 만나기 어려웠던 이주노동자들과 화합의 무대를 꾸미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9월 ‘프춤번’에서 친선 축구경기를 끝낸 뒤 악수를 나누는 이주노동자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프춤번’에 함께 한 캄보디아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 김포이웃살이 제공

<박지순 기자>

■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 10월 1일 이주민 추석행사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관장 이관홍 신부)은 10월 1일 오전 11시 대구대교구청 교육원 다동 대강당에서 ‘이주민 추석행사’를 펼친다.

필리핀, 베트남, 페루 등 세계 각지의 이주민 800여 명은 합동미사에 참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예정이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한국문화와 이주노동자들이 알아야 할 상식을 OX 퀴즈로 준비했다. ‘미등록 외국인이라도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으면 보상받을 수 있을까?’(있다) ‘2018년의 최저임금은?’(7530원) 같은 문제이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법, 교통, 시사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엿보인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를 통해 이주민들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동안 꼭 알아야 할 상식을 알려주고자 했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K-POP 가요제’에는 15명의 이주민이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베트남공동체 호광동(HoQuangDong·41) 대표는 “베트남 하띤에 있는 우리 가족들이 건강하길 바란다”며 “추석을 맞아 가족들이 그립고 만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다녀올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래도 우리 베트남 공동체와 함께할 계획이어서 추석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며 “베트남 공동체의 친구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관홍 신부는 “이주민으로 이 땅에 오셨던 예수님을 생각하며 한국 땅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들이 힘과 용기를 내길 기도한다”며 “고국과 가족을 떠나 힘겹게 살아가는 이주민들에게 이번 추석행사가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주민 추석행사’에서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베트남 이주민들.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 제공

<신동헌 기자>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