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김정훈 요한 사도 (하)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9-12 수정일 2017-09-12 발행일 2017-09-17 제 306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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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의탁한 순간, 선율 떠올라
■ 너

“왜 너의 자신만 믿고 날 믿지 않느냐/ 눈을 들어 나를 보아라”

당연한 말이지만 신앙인이라면 힘들 때 하느님께 기도하며 답을 주시길 청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 잘 이뤄지지 않는 경험을 하곤 한다. 상황에 짓눌려 기도할 힘조차 내지 못할 때가 있다. 답답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1998년이었습니다. 결정을 내리기 너무 어려운 순간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만 하고 있을 때였는데 기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앉아있고 싶어서 성체조배를 하러 성당을 찾았습니다. 성전 2층 성가대 제일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감실 앞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죠.”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할 때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학생들한테는 하느님께 청하면 다 들어주신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왜 고민만 하고 있지?’

이 생각이 떠오르면서 고민은 자연스레 흘러갔다. 딱히 해결책은 없었지만 하느님께서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선율이 떠올랐다.

“순간 선율이 떠오르는데 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공중전화를 찾았죠. 제 호출기 음성사서함에 저장해 놓으려고요. 호출기 번호를 누르는 중에도 계속 되뇌었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음성사서함에 녹음하고 작곡을 전공하던 누나의 도움으로 악보에 옮겼습니다. 그 곡이 바로 ‘너’입니다.”

‘너’라는 성가에 자신의 체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자신을 믿었던 지난 시간을 회개하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화를 온전히 받아 누리겠다는 지향이 담겨 있는 곡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기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도한다고 뾰족한 답을 얻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확신을 주시죠. 하느님께서 저와 함께 계신다는 확신을요. 살아가는데 그만한 답이 어디 있을까요.”

■ 하느님의 꿈

“당신의 아름다운 작품 되도록 제 삶이 빚어지는 은혜 허락하소서”

가톨릭문화기획 떨기나무를 운영하면서 찬양피정 기획과 진행을 수차례 맡았다. 자연스레 청소년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과 꿈과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진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었어요. 꿈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죠. 불혹을 넘긴 나이였지만 하느님께서 저에게 바라시는 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 뜻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저의 창조목적이라는 생각과 함께요.”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이유를 안다면 우리 삶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느님께 계속 여쭈어봤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할 때 가장 기뻐하시나요?’ 그렇게 질문을 하던 중에 ‘하느님의 꿈’이라는 곡을 선물로 받았어요. 저를 이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의 계획을 계속 묻고 싶었고 그 계획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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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