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가치’ 하느님 사랑에 일치하는가? 주관적·객관적 가치 구별하고 추구하는 바 무엇인지 고민해야
찬미 예수님.
지난주에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이러한 긴장 관계가 우리 인간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기본 조건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실의 나’의 모습은 그와는 다르게 드러나고, 그래서 우리는 이 둘 사이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이제부터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나의 모습을 이루는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 살펴볼 텐데요, 그중에서 먼저 이상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상적인 나의 모습, 곧 이상 자아란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어떤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되고 싶은 모습에는 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바라는 모습도 있지만 동시에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바라는 모습도 있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저는 게으르지 않고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상이죠. 그런데 사제로서 속한 공동체, 교회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예수님을 닮은 참된 목자로 살아가는 것이 제게 주어지는 공동체의 이상일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 스스로의 개인적인 이상과 함께,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본당공동체에서든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로부터 기대되는 이상적인 모습도 우리는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지닌 이상자아든 단체가 지닌 이상자아든,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이루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가치’입니다. 가치는 쉽게 말씀드리면 ‘좋아 보이는 어떤 것’ 그래서 ‘바라고 추구하게 되는 어떤 것’을 의미하죠. 앞서 제 경우라면, 해야 할 일을 미루며 게으름을 피우다가 늘 마지막에 가서야 고생하는 저이기 때문에 할 일을 미리미리 해놓는 부지런한 모습이 좋아 보이는 것이고, 그래서 저도 더 부지런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의 모습이 잘 바뀌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사제로서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신부님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참 다양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참사제의 모습, ‘맡겨진 양떼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목자의 삶’이라는 가치를 비롯한 많은 가치들이 담겨있죠. 그 가치들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시고, 그래서 교회 내의 많은 분들이 교황님을 보며 기뻐하고 감동받는 것입니다. 이처럼 ‘가치’라는 말 자체는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가치에 대해서도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치라고 해서 늘 똑같은, 단 하나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안에도 여러 종류의 가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관적 가치’와 ‘객관적 가치’ 사이의 구별입니다. ‘주관적 가치’는 말 그대로 주관적인 것, 나에게 좋고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외모를 가꾸는 것에 신경을 쓰지만 어떤 이는 그런 것에 무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에게 중요한 주관적인 가치입니다.민범식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rn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03년 사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