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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특별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한국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바티칸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09-12 수정일 2017-09-12 발행일 2017-09-17 제 306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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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230년 역사, 세계에 알리다
순교 위에 세워진 신앙 되새기며
박해받던 교회서 아시아선교 중심으로
한국교회 사명과 역할 다짐한 자리

바티칸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장 내부. 벽면에 김기희 작가가 2011년 제작한 103위 순교 성인의 초상 ‘103위 성인을 위무함’이 전시돼 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모진 박해 중에서도 ‘하느님 나라가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했다. 그 후손들이 이어가고 있는 교회는 근현대 역사의 현장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바로 지금 이 땅에서 이뤄지기를 열망했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발자취는 한 종교의 역사를 넘어 이 땅에서 자유와 평등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가 뿌리내리게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열리는 바티칸 특별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은 가톨릭교회의 중심 바티칸에서 이러한 한국교회의 지난 발걸음을 선보이는 장이다. 아울러 지난날의 반성을 통해 현재 한국교회의 사명을 다시금 되새기고, 앞으로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또 다른 기회다.

■ 한국교회 독특한 역사와 한국을 알리는 장

한국교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스스로 탄생했다. 이 특별전에서는 그림과 편지, 다양한 유물을 통해 자생적으로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한국교회의 독특한 역사를 세계에 선보인다.

한국교회의 역사는 한국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한국교회가 겪었던 박해와 순교, 신앙의 자유 획득, 일제강점기의 탄압, 근대화와 민주화운동 참여 등은 고스란히 우리 민족의 역사 안에 숨 쉬고 있다. 특별전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며 복음의 가치를 전했는지 볼 수 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사무국장 원종현 신부는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한국교회가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어떻게 가야할 지를 반성하는 것이 이 전시회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 신부는 “과거 우리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며 배척해 수많은 이들이 순교하는 등 큰 희생을 겪었다”면서 “특별전은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 교회 선교사명 되새기는 기회

우리 선조들은 신앙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 놓았다. 처음 신앙을 받아들인 학자들은 자신이 가진 교리 지식을 이웃과 나눴다. 교리 지식뿐만이 아니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신분 차별 없이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녀, 즉 형제자매로 대했다.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권길중 회장은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 배려할 것을 강조하는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신앙 선조들의 사랑 나눔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권 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나누며 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50여 년 전, 인구의 2% 수준인 50만 명이었던 신자 수는 2016년 말 10배 이상 증가한 547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숫자다. 성직자 수도 50년 전 290명에서 현재는 5100여 명에 이른다.

특별전을 주관한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위원장 정순택 주교는 “이번 전시회는 아시아의 박해받던 교회가 성장해 아시아 선교를 주도하는 중심적인 교회로 성장한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자리”라면서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수행해야 할 역할, 즉 아시아 선교의 중심지라는 것을 자각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세계인과 함께 한반도 평화 기원

한편 서울대교구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세계인이 평화와 화해가 필요한 한반도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9월 8일 프레스 투어를 위해 모인 70개의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의 상징이며, 바티칸에 오는 순례자들은 평화와 자유를 위해 기도한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많은 분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윤근(스테파노) 국회사무총장도 “이번 특별전은 한국교회를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와 희망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라고 소개하고, “세계 평화 수호의 중심지인 바티칸에서 전 세계에 평화를 위한 힘을 모으자고 호소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을 찾은 전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요즘 바티칸에서는 모두 한국을 걱정하며 한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교회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표이기도 하며, 한국교회와 함께 평화를 향해 갈 수 있다는 희망의 표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바티칸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 홀 입구.

◆ 특별전을 관람하려면

바티칸 특별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은 바티칸박물관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 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 홀은 성 베드로 대성당 좌측 회랑으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특별전은 11월 17일까지 열리며 매주 일요일과 11월 1~2일은 휴관한다. 관람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다. 단 수요일에는 교황 일반알현으로 오후 1시30분부터 개장한다.

안내 데스크에서 수신기를 대여하면 한국어와 이탈리아어, 영어로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수신기를 빌리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바티칸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