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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 나쁜 보스 VS 좋은 보스

이연세 (요셉) 대령 rn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입력일 2017-09-12 수정일 2017-09-12 발행일 2017-09-17 제 306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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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절,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바로 「나쁜 보스」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수많은 책 중에서 유독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까다로운 상급자와 함께 근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군의 상급자는 본인이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상급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업무가 힘드냐, 수월하냐’를 떠나 군대 생활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될 때가 많습니다.

나쁜 보스의 전형으로 통하는 이 상급자는 평소 ‘아랫놈들은 일단 조져놔야(?) 업무를 열심히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전입 온 간부들이 제일 먼저 제물이 됩니다. 특히 유순한 유형의 간부들은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 상급자는 강하게 나가는 하급자에게는 약합니다. 그래서 대가 세고 성격이 괄괄한 간부들이 간혹 인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이와 정반대의 상급자와 근무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분은 하급자들을 살살 달래가면서 엄청나게 일을 시킵니다. 저는 이분과 함께 만1년을 근무했는데, 1년을 5년 같이 근무한 기간이었습니다. 아무리 빨리 퇴근해도 밤 12시였고 새벽 1~2시가 기본이었습니다. 회식을 해도 1차에서 끝내고 다시 함께 일하러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그 1년 동안 저는 업무수행 능력은 물론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의 전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강한 성격의 상급자들 앞에서 하급자들은 설설 깁니다. 대답도 크게 하고 걸어가도 될 것을 뛰는 척을 하는 등 오버액션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정작 보지 않는 곳에서는 태만하게 일을 처리하고 상급자가 관심을 두지 않는 업무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늘 지적을 받고 일을 하므로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기는 어렵고, 창의성도 떨어집니다.

두 가지 스타일의 상급자 중 누가 더 지혜로운 사람일까요? 논어에는 ‘망지엄연, 즉지야온, 청기언야려’(望之儼然, 卽之也溫, 聽其言也厲)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즉, ‘멀리서 바라보면 엄숙해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따뜻하며, 말을 들어보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소리 지르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 합리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조직의 목표를 100% 달성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더 지혜로운 것이 아닐까요.

책 「나쁜 보스」의 결론은 “나쁜 보스 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마라. 그를 능가하는 베테랑으로 성장해 기필코 승자가 돼야 한다. 나쁜 보스는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일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면,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야고 1,1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어찌됐건 일명 나쁜 보스(?) 밑에서 시련을 굳건히 견뎌내며 진급을 했으니, 그를 넘어섰다고 해야겠지요?

이연세 (요셉) 대령 rn육군 항공작전사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