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한국교회가 아시아복음화의 교두보가 되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선교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한국이 노력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로 지금이, 그리스도교와 불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들이 중요시하는 가치, 바로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주교회의 의장 겸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2017 대한민국 종교 지도자 이웃 종교 체험 성지순례’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김 대주교는 “이번 순례는 타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가톨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종교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무엇보다 이번 순례 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함께 알현하며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17 대한민국 종교 지도자 이웃 종교 체험 성지순례’에는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과 천도교 이정희 교령,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 등 2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순례기간 동안 성 베드로대성당 방문과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사무국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가톨릭교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종교 간 대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겼다.
특히 순례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남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순례단이 교황을 알현한 9월 2일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전날이기도 했다. 교황은 또한 순례단에게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타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대주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무조건적인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이런저런 조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대화는 모든 조건을 다 내어놓고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으로 대화에서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평화공존만이 우리 민족이 살 길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우선 형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주교는 “많은 이들이 통일비용을 우려하면서 남북통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것이 비용이 아닌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이 남북의 평화공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진솔하고 정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