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침묵

임미경(바르바라·춘천교구 강촌본당)
입력일 2017-09-12 수정일 2017-09-12 발행일 2017-09-17 제 306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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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때면 주님의 기도가 늘 묵상으로 다가선다.

……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

주님 제가 누굴 용서해요?

누가 저에게 죄를 지었나요?

아무도 저에게 죄를 짓지 않았어요!

주님

오로지 저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

순간 스치는 미운 이

하나

그 미움을 안고서 겸손을 가장한 죄악에 빠진 나.

죄악에 빠진 나를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순간이다.

멈춰버린 시간 앞에서 눈물이 흐른다.

시간이 멈추고 내 눈물이 고조될 쯤

우렁차게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 우리 신부님이 다가오신다.

사제의 삶을 내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마는

주님의 기도는 사제의 일생이다.

구구절절 눈물이 나를 적신다.

어쩌다 들려주시는 70 평생의 한 구절이 인고의 눈물로,

마주치면 인자한 눈빛으로 다독여 주실 때,

나의 모든 죄악을 알고도 측은지심 끄덕여 주시는 그 눈빛,

겟세마니의 주님을 떠오르게 하시는 그 눈빛에

또 눈물이 나고…….

침묵 피정을 떠나시는 노 사제의 깊은 성찰이 영적 보화로

가득 채워지시길 기도드립니다.

은퇴를 앞두시고 대면한 주님과의 대화는 천상 상급으로

빛나시기를…….

부임하시자마자 아버지의 모든 사랑을 아낌없이 베푸신

너무 인자하신 우리 아버지.

바쁘고 힘드셨던 일상을 치유하시고

육체적인 휴식도 꼭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임미경(바르바라·춘천교구 강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