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일석과 일문은 어떻게 됐을까 / 황광지

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
입력일 2017-09-12 수정일 2017-09-12 발행일 2017-09-17 제 3062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흑산도로 간 여섯 살 일석과 신지도로 간 세 살 일문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이제야 이 두 아이의 흔적으로 생각을 돌리게 되었다. 그동안 아홉 살 섬이에게 매몰되어, 다른 쪽으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1801년, 전주의 유항검은 부인 신희, 큰아들 유중철과 며느리 이순이 루갈다, 둘째 아들 유문석, 동생 유광검과 제수 이육희, 조카 유중성과 함께 처절하게 순교하였다. 어린 자녀 섬이, 일석, 일문은 죽임을 당하지 않고 관비와 관노로 유배되었다.

거제도 관비로 유배되었던 아홉 살 유섬이가 200여 년 세월을 거슬러 2014년에 그 자취가 기적처럼 나타났다. 천주가사를 연구하는 하성래 교수라는 분이 거제도호부사를 역임한 하겸락의 「사헌유집」 해제를 집필하다 밝혀졌다. 섬이의 아빠 유항검이 교황청에서 복자로 시복이 결정된 바로 그즈음이었다.

그때부터 마산교구에서는 유섬이의 존재에 대해 지극정성을 쏟았다. 거제시 내간리 송곡마을 뒷산에서 초라한 유섬이 묘소를 첫 대면했을 때의 심정은 오묘함 그 자체였다. 71년의 숭고한 삶을 알아본 하겸락 부사가 칭송한 글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았다. 가족들의 투철한 신앙을 본받았기에, 봉창 하나만 있는 흙돌집에서 25년간 나오지 않았던 절제의 생활에 놀랐다. 우리는 이 기적을 더 큰 기적으로 일구느라 4년째 땀 흘리고 있다. 나도 조금 힘을 보태고 있는데, 게으름이 생기려 하면 송곡마을 묘소를 떠올리게 된다.

올가을 ‘순교자의 딸 유섬이’ 공연이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어, 조금 숨을 고르게 되니 일석과 일문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누나 섬이는 우리에게 왔는데, 두 아이는 왜 이렇게 흔적도 없는가.

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