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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참된 예언자의 소명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9-05 수정일 2017-09-05 발행일 2017-09-10 제 306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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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 (마태 18,15-20)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에게 예언자로서의 소명이 무엇인지 알려주십니다. 예언자는 “이스라엘 집안의 파수꾼”, 곧 이스라엘 집안에 하느님의 뜻을 전함으로써 그들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소명을 지니고 있습니다.(에제 33,7) 이러한 소명 때문에 예언자는 언제나 하느님을 대신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만약 예언자가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지 않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는다면, 악인의 파멸에 대한 책임은 예언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예언자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인이 계속 악한 길에 머문다면 파멸의 책임은 악인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악을 저지르는 형제들을 타일러 그들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마태 18,15-16) 이렇게 보니 제자들은 모두 에제키엘 예언자처럼 “공동체의 파수꾼”으로서의 소명, 예언자로서의 소명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악을 저지르는 형제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해야 합니다. 만약 악한 형제가 형제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 타일러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에 알려 공동체가 그를 타일러야 합니다. 만약 공동체의 말도 듣지 않으면, 그 사람을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길 것인데, 그 탓은 모두 악한 사람 스스로가 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형제가 죄를 짓는 데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그냥 못 본 척 지나쳐 버린다면 그 형제의 파멸에 대한 책임은 파수꾼으로서의 소명, 곧 예언자적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이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는 제자들이 이끌어 주어야 할 삶, 곧 예언자적 소명으로 제자들이 인도해 주어야 할 하느님의 길이 무엇인지 잘 알려줍니다. 그것은 바로 서로 사랑하는 삶입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지켜야 할 계명이 있지만, 그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그리고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며, 율법의 완성입니다. 제자들은 이 사랑의 계명을 지키도록 불림을 받은 이들이고, 이 계명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바로 성경이 이야기하는 악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며 악을 저지르는 이들을 내버려 두지 않고, 권고하여 다시금 사랑의 삶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 모든 예수님의 제자들이 수행해야 할 예언자적 소명입니다.

사실, 악한 형제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그가 죄에서 돌아서도록 권고하는 이야말로 진정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악인 스스로 공동체를 떠나 파멸에 이르기를 바라고, 그래야 비로소 모든 정의가 바로 설 것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와 복음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악한 형제를 보았을 때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떠올려, 그가 파멸에 이르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그에게 권고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사랑으로 권고하는 사람만이 진정 사랑의 계명을 올바로 실천하는 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사랑 가득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악한 형제가 마지막까지 악한 길을 걷는다면, 그 책임은 그 악한 형제가 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형제가 악한 길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악한 형제가 회심의 길로 접어들도록 이끈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그 형제가 나에게 잘못한 일을 저질렀다면 그를 용서하고 다시금 회심의 길에 접어들도록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런 우리들이기에 예수님께서는 함께 모여 기도하면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들의 회심을 청하고, 그들과 함께 다시금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파수꾼이 되라고 권고하십니다. 이처럼 서로 사랑하며 용서하고 화해의 삶을 추구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삶을 살도록 권고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수행해야 할 교회의 참된 파수꾼, 곧 참된 예언자로서의 소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