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성지순례길은 축복의 길

입력일 2017-09-05 수정일 2017-09-05 발행일 2017-09-10 제 306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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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주님의 길을 따라갔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기리는 순교자성월을 맞아 국내 성지순례에 나서는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순교자들의 넋이 깃들어있는 성지를 돌아보는 것은 신앙생활에 있어 숭고하고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순례 행렬을 따라 걸으며 신앙 절개를 지킨 이들의 발자취와 그 정신을 되새기는 것은 결국 자신의 신앙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다. 또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성장시키는 초석이다.

주교회의는 지난 2011년부터 전국 111개 성지를 지정해 성지를 모두 순례한 이들에게 축복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지순례 ‘붐’이 일어났다. 하지만 성지순례 본연의 의미보다는 단순한 야외활동 정도로 여기는 신자들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 아들을 동행해 전국 성지를 6번 완주하고 7번째 완주에 나선 한 부부의 사례는 우리에게 진정한 성지순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성지에 도착하면 온몸과 얼을 바친 기도와 찬미가 절로 나왔다”는 이들의 말처럼 성지순례는 순교자들의 뜨거운 신앙에 하나 되는 체험 그 자체인 것이다.

각 교구는 성지순례 사목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는 성지순례를 하면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워킹 도네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순교자들의 영성을 본받고 이웃과 함께 풍요로운 삶을 나누는 것이 성지순례의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순교 신심을 드높이고 나눔을 실천하는 성지순례에 적극 나서기를 권한다. 물론 길을 나서기 전 성지와 순교자들에 대해 미리 잘 알아두는 것도 필수다. 성지에서 충분한 기도와 묵상을 한다면 순례길은 하느님 은총을 듬뿍 받는 축복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