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천주교에 부정적인 타 종교 신자들 대하기 어려워요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n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29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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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종교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해 보세요

【질문】천주교에 부정적인 타 종교 신자들 대하기 어려워요

직장 동료 중 개신교 신자가 꽤 많이 있는데, 천주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일도 열심히 하고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신앙적인 면에서는 너무 강경하거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낍니다.

【답변】상대방 종교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해 보세요

종교적인 차이는 서로 다른 생활양식으로 살아가게 하고, 그러다 보니 다소 경직된 사고방식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집단 전체가 응집돼 경직된 사고를 갖게 되면, 눈에 보이는 것조차 보지 못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리차드 번스타인의 책 「악의 남용」에서 경직된 이분법적 분류 방식은 정치적, 종교적, 도덕적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충분한 근거 없이 절대성, 확실성, 단순한 이분법에 의거한 사고방식을 ‘절대주의적 멘탈리티’라 일컬으며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즉 현대사회는 점점 다원화되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를 절대적으로 옳다’라고 하면, 우리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게 되고 서로 다른 사람끼리 공존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를 아십니까? 어느 날 소와 사자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더랍니다. 그래서 소는 여리고 보들보들한 풀들을 모아 사자에게 대접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자는 그 풀이 맛이 없었습니다. 이번엔 사자가 소에게 육즙이 풍부한 고기 한 덩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소에게는 그 고기가 맛이 없었습니다. 각자가 자신에게 너무 좋았던 것들을 고르고 골라 상대에게 가져다주었는데도, 서로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소가 풀을 좋아하고 사자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소와 사자의 사랑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느 종교 혹은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보면, 자칫 다른 종교와 다른 집단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배척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다름’에 우선 관심을 기울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종교적인 신념에 대해서 강경하고 경직된 방식을 고수한다고 해서 같이 힘겨루기를 하다 보면 관계가 파괴적으로 갈 뿐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 없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종교적 가치를 상대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술을 빚어도 그 술이 깊은 풍미를 더할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고기도 숙성이 되어야 제맛이 나옵니다. 어떤 것들은 기다려야 오히려 맛이 더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의 종교를 신뢰하고 존중해 준다면, 그들도 언젠가는 가톨릭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올 수 있겠지요. 그건 지난번 교황님이 다녀가실 때 이미 여러분들이 경험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가사를 보면, “천국이 없다고 상상을 해봐요. 한번 해보면 쉬워요.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에는 하늘만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사는 것을 상상해봐요. 나라들이 없다고 상상해봐요. 어렵지 않아요. 죽이는 것도 죽어야 하는 것도 없고 종교도 없다고 상상해봐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물론 ‘종교가 없다’라는 가사 때문에 종교를 부정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는 ‘하느님이 없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종교들 간에 내 신이 너희들 신보다 더 크다’라는 그런 종교적인 갈등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종교 간의 갈등보다는 화합과 평화를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교황님께서 지난번에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신자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에게 전해주신 ‘울림’을 다시금 깨달아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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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