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9) ‘핵전쟁 공포로 퇴색되는 평화운동’ / 윌리엄 그림 신부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전교회)rn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30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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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설전에 일본교회 ‘평화주간’ 노력은 허공으로

해마다 8월 6~15일, 일본 가톨릭교회는 ‘평화주간’을 지낸다. 평화주간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부터 일본이 항복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을 기억하는 시기다. 일본 가톨릭신자들은 이 기간 동안 특별히 평화에 대해서 배우고,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며, 행동한다.

일본 주교회의 의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는 올해 평화주간 담화에서 비폭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츠아키 대주교는 나가사키 원폭 당시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올해 평화주간은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특이한 머리모양을 한 두 명의 방해꾼, 바로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핵무기 사용을 쉽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의 발언은 일본교회의 평화주간 노력을 무색케 했다. 만일 이들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일본은 앞으로 닥칠 혼란의 가운데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일본 전역에 군사기지를 세우고 주둔하고 있다. 이 기지들은 상호방위조약 이행 등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위해 운영된다. 하지만 미군은 사실상 한반도 유사시 작전 수행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일본에 주둔하고 있다. 명목상 일본의 미군기지는 일본의 방어를 위해 구축돼 있지만, 미국이 분쟁에 연루됐을 때 잠재적인 목표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핵무기가 사용됐을 경우, 일본은 직접적인 타격 목표가 아니더라도 방사능 낙진의 피해를 입는다. 이 경우 일본의 미래는 일본이 결정할 수 없게 된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판단 혹은 파괴를 가져오는 오판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통과해 미국령 괌에 미사일을 쏘겠다던 김정은은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 한국 정부도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동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군사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북한과 미국의 변덕스러운 지도자들이 오늘의 약속을 내일에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이 세상이, 특히 일본이 자신들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해답은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퇴색시킨 일본의 평화주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열흘 간 이어진 평화주간의 주요 행사 중 하나는 8월 9일 나가사키 원폭을 기념하는 횃불 행진이다. 1945년 당시 나가사키대성당에는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지만, 원자폭탄은 바로 대성당 위에서 폭발했다.

평화주간 동안 일본 신자들은 기도하고 묵상하며 공부하고 행동했다. 우리 모두는 폭력에 취약하다. 미츠아키 대주교는 일본 신자들에게 폭력을 포기할 것을 당부했다. 일본 신자들은 무력감에 맞서 한 가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바오로 사도가 로마서에서 말한 것처럼 “고통이나 무기 또 통치자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확신을 새로 갖는 것이다.

통치자들의 행동에 우리는 무기력하지만, 통치자들은 우리가 하느님께 다가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평화주간에 했던 우리의 활동은 우리에게 유일한 현실적 희망이었다.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전교회)rn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