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심장판막증 앓으며 홀로 사는 이정옥 할머니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30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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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열흘이라도 집다운 집에 살아봤으면…
조금 움직이면 숨이 차 거동 불편
무너질 듯 위태로운 낡은 집에서도
30대에 남편 잃고 홀로 5남매 키워
오로지 신앙 하나로 버티며 살아

묵주기도 중인 이정옥 할머니.

6·25전쟁 당시에 지어진 9평 남짓한 집에는 좁은 방 두 칸에 한 명이 서도 비좁을 크기의 부엌, 재래식 화장실까지 들어서 있다. 집 한 면은 빗물을 막기 위해 장판을 얼기설기 이어놓았다. 당장 무언가 부서져 떨어질 것 같은 낮은 천장이 위태로워 보인다. 보일러가 설치돼 있기는 하나, 시공한 지 25년이 넘었다. 노후 되고 부식이 심해서 거의 고장난 상태다.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휘발유 냄새가 나는 이유였다. 이곳에 사는 이정옥(카타리나·85·대전 삼성동본당) 할머니는 그래서 찜통 같은 여름 더위보다도 겨울 추위가 무섭다.

평양 출신인 이 할머니는 ‘1·4 후퇴’ 때 남편과 함께 피난민 대열에 끼어 대전 정동에 정착했다. 지금 집은 당시 목수였던 남편 고 김이섭(요셉)씨가 인근 보문산에서 나무를 베어 와 직접 지었다. 집 구조는 60년 전 지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수년 전 폭우로 물이 새자, 지역 복지관에서 지붕 개보수 공사와 외벽 미장 공사, 안방 도배와 장판 작업을 했을 뿐이다. 워낙 낡은 집이라 쥐까지 자주 출몰한다. 최근 쥐덫으로 20마리 가량의 쥐를 잡기도 했다.

현재 이 집에서 홀로 살고 있는 이 할머니는 지병인 심장판막증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 증상을 보인다. 이외에도 천식 두통 어지럼증 등 때문에 힘겨운 상태다. 최근 낙상으로 척추 골절상을 입어 7주간 입원 치료도 받았다. 아흔을 바라보는 병약한 할머니가 지내기에는 최악의 환경이지만, 노령연금 2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집수리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창고같이 어지럽게 각종 짐이 쌓인 작은 방에는 간이변기가 있다. 재래식 화장실 출입이 쉽지 않은 이 할머니가 궁여지책으로 가져다 놓은 것이다.

34세 되던 해에 남편과 사별한 이 할머니는 이후 병원 청소·세탁 일 등을 하며 다섯 자녀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자녀들의 생활도 이 할머니를 돌보기에는 순탄치 않다. 고물을 수거하는 큰아들은 중풍 걸린 아내를 수발 중이며 큰딸은 가난한 살림과 오랫동안 어머니를 돕는 일에 지쳐 무관심 상태다. 작은딸은 연락이 두절됐고, 막내아들은 공무원이지만 경마도박 빚을 갚고 있다. 그나마 이 할머니와 자주 연락하며 매달 도움을 주었던 둘째 아들은 3년 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월남한 피난민인 탓에 주변에 도움을 청할 친척도 없다. 2015년 차상위계층 수혜대상자로 지정됐으나 공무원 아들이 있고 주거지가 자택이라는 이유로 2016년에 제외됐다. 끼니는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거나 거기서 얻어온 밥과 반찬, 또 본당 구역과 교구의 ‘한끼100원나눔운동본부’ 등에서 배달해 주는 반찬으로 해결한다.

그런 어려운 삶에도 불구하고 이 할머니는 밝고 유머가 넘쳤다. “신앙이 아니었으면 살아내지 못할 만큼, 감옥살이 같은 힘든 시간”이라고 심정을 밝히면서도 “자식도 없이 더 가난한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모든 것이 감사한 처지”라고 말했다.

묵주를 손에 쥔 채 “무조건 어떤 일이든 하느님께 기도한다”는 그에게서 육체적 환경적으로 고단한 삶을 온전히 신앙 안에 맡기는 모습이 엿보였다. ‘지금 하느님께 가장 청하고 싶은 것’ 을 물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넓고 씻을 수 있는 곳에서 열흘만이라도 사는 것”이라고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만큼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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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8월 30일(수)~9월 19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