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가장 좋은 것을 주시고 싶어하시는 신부님

지옥분(의정부교구 연천 전곡본당)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29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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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저는 아직도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슨 감동을 받았는지 궁금하시지요?

그날은 의정부에 있는 느티나무 공부방 친구들(선생님 포함) 20여 명 정도가 우리 전곡성당으로 여름캠프를 오는 날이었어요. 저는 전곡성당 지하에 있는 ‘참게작은도서관’에서 지킴이 봉사를 주 1회 하고 있는 신자입니다. 그날은 제가 할 일이 있어서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혼자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공부방 아이들, 선생님 등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저는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지요.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 본당 김규붕(가브리엘) 주임 신부님께서 플라스틱 김치통을 들고 들어오셨어요. “아이들 어디 있어요? 참게 보여주려고 지금 막 잡아왔어요. 한 번 보세요” 하면서 김치통을 보여주셨어요. 김치통에는 아이들 손등만한 참게 서너 마리가 집게발을 뽐내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들어 있었어요. 저도 연천군에서 생활한 지가 12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냇가에서 갓 잡아온, 싱싱함이 묻어있는 참게는 처음 봤지요. “이것을 이 밤에 어디에서 잡아오셨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찾으시는 신부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아마 결혼을 하셨다면 아주 훌륭한 아버지가 되셨을 거예요”라고.

그 말을 하고 나서 바로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사제를 ‘신부님’이라고 부르지만, 영어로는 ‘Father’로 부른다는 것을. 그러니까 ‘신부님은 한 가정의 아버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아버지이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여름 캠프를 온 아이들에게 연천의 맑은 물에 사는 참게를 보여주시기 위해, 저녁 식사 후 늦은 시각에 김치통을 들고 나가셔서 어두움을 헤치고 흐르는 물속에서 참게를 잡으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지요.

그 시각에 아이들은 사제관에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신부님께서는 참게가 든 김치통을 들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셨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조금 더 빨리 보여주고 싶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진정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아니, 하느님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떠신가요? 제가 느낀 감동이 느껴지시나요?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말했어요. “보통의 아버지들도 그렇게 하기 힘들 거야. 누가 밤에 가서 그것을 잡아오겠어? 가까운 곳에 있지도 않을 텐데…”라고.

우리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애쓰시는 신부님! 그 따뜻한 마음, 저희들이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다음 날, 잡아온 참게는 잡은 자리에 그대로 놓아주셨다.)

지옥분(의정부교구 연천 전곡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