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남수단] 주바에서 생긴 일

이상권 신부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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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공항 장애’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저에게도 이른바 ‘공항 장애’가 있습니다. 케냐에서 연수하던 시절부터 공항에만 가면 무언가 일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비자를 받는데 문제가 생기거나 세관에서 과도한 짐 검사를 받는다거나 돈을 요구받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항에만 가면 괜시리 걱정이 앞서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남수단에 와서도 ‘공항 장애’는 계속되었습니다. 비자 연장을 깜박해서 공항에서 벌금을 내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법이 바뀌어서 모든 외국인은 입국 72시간 안에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의 오래 전 입국 기록을 보더니, 왜 외국인 등록을 안했냐며 시비를 겁니다. 그때에는 그런 법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요즘에는 새로운 규정이 생겼나 봅니다.

룸벡 공항 내에 얼마 전에 생긴 이민국 사무실에서 갑자기 저를 불렀습니다. 아무 일도 없건만 살짝 긴장이 됩니다. 국내선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여권을 검사하고 비자를 확인합니다. 주바 공항에서는 이제 출국할 때나 입국할 때 거주 비자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이디를 검사합니다. 공항에서 매번 걸릴 때마다 멀리 숲속 작은 성당에서 살다보니 아직 못 만들었다고 설명하며 사정을 합니다.

룸벡공항의 모습. 지난해 6월 27일 남수단을 방문한 케냐 교황대사 찰스 발보 대주교와 주바대교구장 파울리노 라쿤도 로로 대주교.

한참 실랑이를 하다보면 누군가 “아부나”(신부님-아랍어로 아버지라는 뜻입니다)하고 나타나서 도움을 주곤 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다음에 또 도와주시겠지 생각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어서 아이디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케냐에서 두 분 신부님이 실습 차 남수단에 들어오셨습니다. 기회다 싶어 두 신부님께 각각 쉐벳과 아강그리알을 맡겨 두고, 이상협 신부님과 저는 주바로 갔습니다.

금요일이었습니다. 주바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이민국을 갔습니다. 저희는 이 모든 일정을 주말이고 이곳이 아프리카임을 감안해서 일주일 정도 예상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저는 그날 바로 발급을 받고, 이상협 신부님은 토요일 오전에 발급을 마친 것입니다. 다들 친절하고 신속하게 일처리를 해주는 겁니다. 저희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친김에 자재 구매에 관한 일까지 모든 일정을 이틀 만에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케냐에서 아이디 받는데 두 달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주일에 벌어졌습니다. 오전에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나서 신기하리만큼 동시에 저희에게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마침 말라리아 약 한 세트를 가지고 있어서 우린 사이좋게 약을 서로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지만 말라이아 약은 삼일 동안 먹어야 말라리아 충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 약을 끊으면 남아있는 충 때문에 2~3주 뒤에 재발하기가 쉽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날 근처 중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약을 한 세트 더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우기에 감기처럼 워낙 왔다 가는 놈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힘이 듭니다.

오랜 만에 일상에서 벗어나 일종의 소풍처럼 여겨졌던 주바 출장은 호텔에서 꼼짝없이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던 고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주바에서 말라리아로 누워있는 동안, 더 큰 문제가 아강그리알과 쉐벳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

(다음 편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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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