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소공동체 운동 달라져야 한다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29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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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펼치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이 본당 공동체 활성화와 복음화에 순기능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 등 세상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실천하는 데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소공동체 운동 도입 25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최근 발간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서울대교구 소공동체 25주년 평가와 전망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나눔 영역에서 소공동체 참여 여부가 신자들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회의 사회 현실 참여’ 항에서는 오히려 소공동체 참여자의 지수가 더 낮게 나왔다.

알려진 대로 소공동체 운동은 미래 교회를 위한 대안 모색에서 비롯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한 ‘친교의 교회상’을 구현하기 위한 사목적 대안으로, 초대 교회가 보여준 사귐과 나눔, 섬김의 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출발했다. 따라서 소공동체는 공의회 가르침을 지역교회에 접목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25년간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공의회 정신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령께서 함께하지 않으셨다면 한국교회 소공동체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소공동체 운동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세상 속에 뿌리내리기 위한 새로운 교회를 만들어가는 여정임을 재각인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용기가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체질이 바뀌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함께 시행착오 또한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밑거름 삼아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소공동체 운동을 위해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