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 / 황광지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29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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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인 동생이 2년 전 휴가 나와 둘이서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감개무량한 동생은 신분도 잊은 채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크게 불러댔다. 나는 그 순간을 찍어 다른 형제들과 감동을 공유했다.

바로 그때 우리는 매우 신기한 ‘독도강치’를 알게 되었다. 독도와 연관 짓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 며칠 전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독도강치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했다.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사라져간 강치를 기념하여 비를 세우노니/우리 바다 영토 지킴이가 되어주소서’라는 글과 함께 강치조형물을 보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바다사자라고 하는 강치의 가죽을 얻기 위해 무차별 포획한 결과로 강치 씨를 말렸다고 했다.

최근에 나는 도서관 서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독도강치 멸종사」란 책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저자 주강현은 바로 독도강치 기념비에 글을 쓴 사람이었다. 제주대에서 해양문명을 연구하는 교수로, 강치의 멸종에 대해 애간장이 녹는 듯했다. 독도에서 나는 강치가 마냥 신기했고, 일본에 의해서 멸종이라니 분하다는 정도였다.

이 책에서는 “인간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생물을 멸종시키는가?”라며 인간들에게 추궁했다. 일본의 오키 자연관에 전시된 강치 가죽, 강치 가죽 트렁크, 강치 어금니로 만든 반지를 독자에게 소개하며 울분을 터트렸다.

인간인 나는 괜히 주눅이 들어 자세를 가다듬었다. 숙연해졌다가, 나는 생물의 멸종에 보탬이 되는 일을 저지른 적은 없었는지 반성했다. 주강현 교수의 말대로 멸종에 이른 독도강치가 되돌아올 일은 없지만 ‘평화의 바다’ ‘생명의 바다’를 염원했다.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