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감독의 손짓은 아량과 사랑 / 황광지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
입력일 2017-08-22 수정일 2017-08-22 발행일 2017-08-27 제 305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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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잠실원정경기를 치렀다. 어린 선발투수가 예상을 뒤엎고 8회까지 1:0으로 앞서며 눈부신 투구를 했다. 중계하던 캐스터나 해설자도 혀를 내두르며 칭찬했다. 생애 첫 완봉승을 꿈꾸며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흔들렸다. 주자가 나가고 어쩔 수 없이 다른 투수가 마무리에 들어갔다. 1:1 동점이 되었고 추가 실점을 하면 패하고 마는 상황이었다. 심판이 세 번째 아웃을 외쳤다. NC팬들은 환호했다. 나도 전율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연장전에 들어가서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상대팀에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슬로우 영상을 봐도 그렇고 캐스터나 해설자의 조심스러운 견해도 ‘아웃’에 무리가 없어 보이는데 시간을 끌었다. 7분이 지나서야 석연찮은 번복 판정이 나왔다. 1:2가 되고 경기는 끝났다. 상대팀은 환호하고 NC팀은 좌절했다. 정말 잘 던졌던 어린 투수는 애처롭게 눈물을 터트렸다. NC 다이노스의 열혈 팬인 나도 무척 억울했다.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운동장에서 망연자실하였다.

그때 더그아웃에 선 김경문 감독이 손짓과 함께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괜찮다. 애썼다.” “됐다, 들어오너라.” 감독의 자애로운 표정은 진정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감독의 손짓은 아량과 사랑이 충만했다. 비디오판독 결과에 괘씸한 심정이 되어 흥분했던 나는 감독의 손짓에 이끌렸다. 아쉽기는 했지만 패배의 상실감을 덜 수 있었다. 훌륭한 리더였다. 캐스터도 해설자도 승패를 말하기 전에 김경문 감독의 큰 그릇에 대해 말했다. 나의 마음은 선수들과 함께 멋진 감독이 있는 더그아웃으로 막 달려가고 있었다.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