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해군 만포대본당 미사 반주하는 2함대사령부 군악대원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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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기, 성악병사까지… 풍성한 전례 만들어요
평균 5~6명 나와 합주
활기찬 축제 분위기
신자들 하나로 묶어
감동해 세례 받는 장병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군악대 대원들이 8월 13일 군종교구 만포대본당 주일미사에서 반주 봉사를 하고 있다.

군종교구 해군 만포대본당(주임 안영근 신부,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 주일미사 때면 어김없이 가장 먼저 성당을 찾는 발길이 있다. 주일미사 성가 반주를 맡는 해군 2함대 군악대 대원들과 그들의 ‘매니저’이자 만포대본당 전례부 차장인 정선일(마리아·42)씨가 그 주인공. 보통 주일 오전 10시30분 미사 1시간 전에는 군악대 대원들이 각자 담당하는 악기를 챙겨 성당에 도착한다. 고요하던 만포대본당 성당은 이들의 발걸음을 맞이하면서 활기와 주일의 축제분위기를 띤다.

8월 13일 주일에도 군악대 대원들은 일찌감치 오전 9시30분 무렵 성당에 자리 잡았다. 주일미사곡을 확인한 뒤 악기를 연주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미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군악대 대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10시30분 군악대 대원들이 성당을 꽉 채우는 반주로 미사 시작을 알리자 신자들은 입당성가 ‘왜’를 우렁차게 불렀다. 성가 소리가 실내 공기에 진동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드넓은 바다를 지키는 해군 성당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동과 매력이 전해졌다.

군악대 대원들의 능숙한 반주는 미사를 주례하는 안영근 주임신부를 도와 전례곡과 봉헌성가, 파견성가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고, 미사에 함께한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일치를 이뤄내는 끈이 되고 있었다.

안 신부는 “민간 본당에도 미사 반주를 맡는 밴드부가 많지만 만포대본당 군악대 대원들은 기타와 드럼, 건반은 물론이고 색소폰, 튜바, 클라리넷 같은 음량이 풍부한 관악기도 연주하는데다 성악병까지 있어 미사가 정말 풍요롭다”고 말했다. 이어 “성가 반주 봉사를 하는 군악대 대원이 전체 8~9명인데 훈련이나 휴가 등으로 빠지는 인원이 있어 주일미사에 평균 5~6명의 대원들이 나온다”며 “‘완전체’의 연주를 듣기 어려운 것은 아쉽지만 매주 훌륭한 연주를 선사하고 있어 고맙다”고 밝혔다. 또한 “제가 올해 군종장교로 임관해 만포대본당에서 첫 주임신부로서 사목 열정을 불태우는 데도 군악대 대원들의 활동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 군악대원들이 8월 13일 만포대본당 주임 안영근 신부(왼쪽에서 네 번째)와 군악대 매니저 정선일(맨 오른쪽)씨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미사에서 군악대 대원들과 팀을 이뤄 건반을 연주한 정선일씨 역시 “다른 수병들이 쉴 때 성당에 나와 미사를 빛내는 군악대 대원들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들이어서 늘 격려하고 간식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만포대본당 군악대 대원들은 선교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군악대 연주에 매료돼 성당에 나왔다가 천주교에 호감을 가져 세례를 받는 장병들이 종종 나온다. 만포대본당 군종병 유희준(요한 마리아 비안네) 상병은 “진해에서 신병 교육을 받고 올해 2월 2함대에 자대 배치 받을 때는 비신자였다가 군악대 미사 연주를 듣고 마음이 움직여 세례를 받았고 군종병까지 됐다”는 사연을 들려줬다.

만포대본당 군악대 대원 미사 반주는 3년 전 당시 주임이던 김준래 신부(해군본부)가 동기를 부여했고 전 주임 박종석 신부(군종교구 해병중앙본당 주임)가 본 궤도에 올려놨다. 아직 역사는 길지 않지만 본당 활성화에 역군으로 우뚝 서 있다.

‘늘 처음처럼 해군 만포대성당’. 만포대성당 입구 잔디밭에 정갈한 글씨체로 바위에 새겨진 문구가 군악대 대원들과 본당 공동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말해주는 듯하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