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일 탈핵 평화대회 참가한 이재돈 신부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핵문제로 고통 받는 건 가난한 이들”

“한 평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50년 넘게 첫 마음으로 탈핵운동을 해오고 있는 이들을 만나면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8월 5~6일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열린 ‘한국·일본 탈핵 평화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온 이재돈 신부(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는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번 행사기간 동안 이 신부를 비롯한 많은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는 일본 큐슈 사가(佐賀)현에 있는 큐슈전력 겐카이(玄海)핵발전소대책주민회의 나카아키 키도우(仲秋喜道) 고문. 도코지(東光寺) 주지이기도 한 키도우 고문 나이는 올해로 88세. 자신이 살던 데서 멀지 않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남긴 인류 최초의 핵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경험한 키도우 고문은 마치 자신의 전 생애를 건듯 50년 넘게 핵발전 반대투쟁에 앞장서오고 있다.

겐카이핵발전소는 우리나라 부산·경남지역에서 직선거리로 200㎞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곳.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원자로라는 이 발전소에서 사고라도 생기면 한국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본행사 전인 3일부터 귀국하던 8일까지 한시도 이 신부의 뇌리를 떠나지 않은 물음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올해 처음 일본 핵산업의 현재와 이를 둘러싼 삶의 현장들을 둘러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그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교회 신자들의 차이를 사회교리에 대한 이해에서 찾았다.

“일본 신자들은 교회가 가르치는 사회교리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자신들의 삶을 통해 올곧게 그리스도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핵전쟁과 핵발전이 결국 한 뿌리라는 점을 깨달은 것도 이번 일본 방문이 거둔 소중한 결실 가운데 하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핵문제를 비롯해 인간을 둘러싼 생태환경 문제로 고통 받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입니다.”

결국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인간과 자연, 하느님과의 관계를 치유하지 않고는 인류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환경, 나아가 사회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다는 게 이번 일본 방문이 남긴 결론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 신부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됐다. 바로 한·일 두 교회의 교류가 서로를 깨어나게 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나라로 역사·문화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일본교회에 다가설 때 아시아 복음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리리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이 가기 힘듭니다. 따라서 역사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일 두 교회는 그 어느 교회보다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을 지니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계속 만나야 합니다. 만남이 우리를 그리스도 영성으로 깨어나게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러셨듯이 일어설 힘조차 없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