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33) 최저임금과 교회 가르침 ④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9-27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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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심화는 경제 발전 저해 요인

대기업이 최저임금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 것은 엄살이라는 백 신부의 논리에 저격당한 베드로가 ‘분골쇄신’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변호를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신부님. 대기업들은 사내유보금부터 사회적 책임에 따른 투자로써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과 가내수공업에 가까운 소기업들은 어떻게 합니까?”


베드로의 반격이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순순히 물러설 백 신부 또한 아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1년 16.6%를 기록한 뒤 16년 만에 최대 폭 상승입니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인 6470원보다 16.4% 인상된 금액이죠. 인상 금액은 1060원으로 역대 최대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단순히 ‘얼마나 올랐느냐’만 따질 일이 아닙니다.


OECD 가입국인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돌아보아야 하고, 최저임금에 대한 근본정신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저임금제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함’(최저임금법 제1조)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사회안전망 구축의 한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에게 임금을 적게 줄수록 기업이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수입이 적어진 노동자는 구매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기업이 만든 물건을 살 사람이 없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빵집 등에서 밥 먹을 사람이 없어집니다. 장기적으로 내수가 저하되어서 경기가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자, 베드로씨 요즘 대부분 회사에서 점심밥을 주죠? 그런데 산업사회 초반에는 회사에서 점심을 주질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돈을 주고 사먹었는데요. 그게 가난한 노동자들이 돈을 아끼려고 점심을 굶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후 작업 중에 사고 발생률이 바짝 오르는 겁니다. 배가 고픈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는 것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공짜 점심밥을 주기 시작했거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렇죠. 작업 중 사고발생이 줄고 작업능률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결국 공짜점심 한 끼 주는 것이 회사에는 더 큰 이익으로 돌아왔습니다.


최저임금도 이런 효과가 있습니다. 또 임금격차 완화와 소득분배 개선을 가져와서 양극화 현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경제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회 불안 요소가 됩니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밤길이 안전하겠습니까? 중국 경제가 양극화 때문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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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