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2017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

최유주 기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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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러도 괜찮아…무대 위 너희는 별처럼 빛났단다

8월 12일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 소극장’에서 열린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 폐막식 중 정순택 주교와 연극제 참가 청소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모두가 정해진 직업이 있는 세상. 사람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손목에 자신에게 주어진 직업이 나타나는 표식인 ‘레터’가 새겨진다.

(중략)

지영 : 음…. 레터가 없는 건 죄가 아니에요. 창피한 일도 아니고요. 혼란스럽겠지만 괜찮아요. 잘 생각해보세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뭔지에 대해서요. 어쩌면 레터가 없는 건 우리에겐 행운일지도 몰라요. 레터가 있는 남들은 절대 못하는 걸 우리는 하거든요. 우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요.

- 서울 명지고등학교 연극부 ‘ZA8’의 작품 「레터」 중

8월 5~12일 열린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 중 명지고 연극부 ‘ZA8’의 공연 무대. 대사를 읊는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극제에 참가한 ‘ZA8’은 겨울 방학부터 연극 대본을 직접 준비, 공연에 심혈을 기울였다. 수상이라는 목표보다는 ‘흥겹게 뛰놀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ZA8’ 단장 윤건희(18)군은 “지난해와 달리 지도교사가 없어 대본부터 연출, 무대 세트까지 우리들이 꼼꼼히 신경써야해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 있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다.

연극제의 마지막 날인 8월 12일에는 폐막미사와 시상식으로 구성된 폐막식이 열렸다.

올해 작품부문대상은 대성고 ‘키 작은 소나무’, 최우수작품상은 청소년창작집단 ‘나인’에게 각각 돌아갔다. 연기부문 대상은 ‘나인’의 작품 ‘오!기주’에서 오기주 역을 맡은 이은채(14)양이, 최우수연기상은 ‘키 작은 소나무’의 작품 ‘섬 그늘’에서 정겨레 역을 맡은 한겨레(18)군과 같은 작품에서 정승훈 역을 맡은 이강(17)군이 공동수상했다.

작품부문대상과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대성고 연극부 부장 한겨레군은 “국내에서 청소년이 참가할 수 있는 연극제 중에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중요한 행사”라면서 “부원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욱 고마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진 : (독백) 우리 집에도 얼굴색이 다른 사람이 있지. 물론 나도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르고 어렸을 땐 미처 몰랐던 언젠가부터 애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나. 그래서 난 외국인 엄마가 점점 싫어졌다. 나와 다른 모습, 잘하지 못하는 한국말. 그런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도 싫은 나는 학교행사에서 어머니를 부르지 않곤 했다. 그럴수록 나에게 더 잘해주는 엄마에게 더 짜증이 났다. 모든 건 달라지지 않는데 내 얼굴색은 친구들과 같아지지 않는데….

-심곡본동본당 연극부 ‘얄개들’의 작품 「300번의 터치」 중

또 다른 참가 단체, 인천교구 심곡본동본당 ‘얄개들’은 3년째 이 연극제에 도전했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주일학교 청소년들은 교리교육과 함께 마련된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끼를 발산해왔다.

단원들은 “학원을 다니느라 함께 모여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무대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협동을 통해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연신 즐거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비록 연기력이나 연출에 있어서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빛나는 열정을 가진 청소년이라면 연극에 도전해 볼만하다.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이사장 정순택 주교)가 주최하고,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담당 장원석 신부)이 주관하는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이하 연극제)는 종교에 관계없이 연극으로 한데 모인 청소년 단체들이 끼를 발산하는 장이다. 올해로 여섯 번째 마련된 연극제에는 총 10팀의 공연무대가 펼쳐졌다. 대구 수성·덕원고등학교 연합동아리 ‘덕수궁’팀은 작품 ‘친구’에서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경쟁과 승부욕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인천외고 ‘TEAM-1’팀은 따돌림을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청소년 창작집단 ‘나인’은 2차 성징을 겪는 청소년의 갈등에 대한 연극을 선보였다.

연극제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해마다 여는 이 연극제를 통해 쉴 틈 없는 입시와 경쟁에 지친 청소년들은 잠시 일상을 벗어나 연극이라는 공동 작업을 하면서 창작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주제나 대본도 청소년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이 연극제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연극제가 열리는 서울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 소극장’은 조명이나 사운드 등 우수한 시설이 마련돼 있어, 공연을 하는 청소년이나 관람을 하러 온 청소년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장원석 신부는 “가톨릭에 ‘보편적’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만큼, 연극제도 참가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모든 청소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제 역시 가톨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 시대 청소년들이 아파하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부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들로 꾸며진다”고 소개했다. 특별히 이번 연극제에선 청소년들이 연극을 하면서 느꼈던 감흥을 보다 깊이 있게 나누고자 연극 대본을 ‘프로그램 북’으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8월 7일 마포청소년수련관 ‘다이아’의 ‘목화:엄마의 사랑’ 공연.

8월 8일 대성고 ‘키 작은 소나무’의 ‘섬 그늘’ 공연.

8월 9일 명지고 ‘ZA8’의 ‘레터’ 공연.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제공

8월 12일 폐막식에서 정순택 주교(맨 오른쪽)가 작품부문대상을 차지한 대성고 연극부 ‘키 작은 소나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