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남수단] 남수단에서 느낀 사랑

신선웅(빈첸시오) 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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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2학년 신선웅(빈첸시오)·유동철(요한 세례자) 신학생이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29일까지 남수단에서 선교실습을 했습니다. 이번 편지에는 신선웅 신학생의 글을 보냅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립니다. 길가에 도마뱀들이 꼬리를 흔들고 닭과 병아리들은 함께 어울리며 마당을 다닙니다. 어느덧 남수단에 온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달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맨 처음 남수단에 발을 내딛었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뜨거운 태양과 드넓은 땅, 서로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룸벡 공항에서 앞으로 지낼 쉐벳성당까지 차타고 가는데 두 시간. 차를 타고 가면서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집들, 나무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여자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아이들, 작은 구멍가게들, 푸르게 펼쳐진 들판과 들판 사이로 머리를 하나씩 내미는 큰 나무들, 염소들과 큰 소들을 몰아가는 아이들, 긴 창을 들고 다니는 남자들. 모든 장면들이 낯설게 느껴진 반면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 쉐벳성당에 도착했습니다. 두 신학생들을 기쁘게 반겨주시는 신부님들. 그렇게 남수단 생활의 출발점을 찍었습니다.

매일같이 오전 6시30분이면 성당에서 종이 울립니다. 종소리에 맞춰 일어나 세면을 한 후 미사를 준비하러 갑니다. 한 명, 두 명씩 사람들이 와서 함께 아침 미사를 드립니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눈을 비비며 미사를 드리는 아이들,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는 수녀님들, 열심히 성가를 부르는 여자들과 남자들.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평일 미사 안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예수님과 함께 있는 자녀들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신선웅 신학생(앞줄 가운데)과 유동철 신학생(맨 뒷줄 가운데)이 남수단 신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상협 신부님과 공소 방문을 갔습니다. 공소에 도착하니 많은 아이들이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듭니다. 그들의 미소는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변하게 해주고 그들의 순수함을 바라보게 해줬습니다.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미는 모습에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 공소 미사의 모습은 너무나 신선했고 흥미로웠습니다. 풍부한 음악과 즐거운 전례 안에서 열심히 성가를 부르는 신자들, 악기를 연주하는 남자들, 박수를 치거나 큰 목소리로 성가를 부르는 아이들. 미사는 2시간 정도였지만 지루하기는커녕 예수님의 큰 사랑을 가져다줬습니다.

공소 방문을 하지 않는 날에는 신부님들을 도와 톱질을 하거나 창고를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고 텃밭을 가꾸기도 했습니다. 며칠을 지내보니 남수단에서 사목생활하시는 신부님들께서 매우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통의 어려움, 생활의 어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성실히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아가시는 신부님들을 통해 진정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아강그리알에서 주일미사를 드릴 때였습니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한 형제님께서 무릎으로 제대까지 걸어와 봉헌금을 내고 성체를 모셨습니다. 그 모습을 통해 예수님을 사랑하는 한 형제의 마음이 느꼈습니다. 또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주님께서 주신 순수함과 한 인간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남수단의 마지막 밤을 지내며 언제나 그들과 함께 계시는 예수님께 기도 드립니다. ‘주님, 주님께서 저를 여기로 부르신다면 기꺼이 그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제가 그들을 닮아 당신을 더욱 더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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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웅(빈첸시오) 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