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3회 ‘한국·일본 탈핵 평화대회’ 히로시마교구서 개최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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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의 진실 돌아보며 양국 교회 연대 다짐
심포지엄·평화행진·추모미사 등 다양한 기념행사 열어

우리 시대 ‘바벨탑’ 핵을 앞에 둔 그리스도인들의 현재를 돌아보고 주님께서 바라시는 미래를 함께 그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일본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와 함께 8월 5∼6일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제3회 ‘한국·일본 탈핵 평화대회(이하 한·일 평화대회)’를 열었다.

한·일 평화대회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를 계기로, 2015년부터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 오가며 열리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핵전쟁의 위기감마저 감도는 가운데 열린 올해 행사는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15분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돼 핵으로 인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시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5일 오후 ‘Laudato Si(찬미받으소서)-함께 살아가는 지구에서’를 주제로 히로시마교구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한·일 평화대회 심포지엄은 우리 세대가 세운 ‘맘몬’ 핵발전의 진실을 돌아보게 한 자리였다.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한 일본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마츠우라 고로(松浦 悟郞) 주교(나고야교구장)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공동의 집을 소중히’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관계 치유를 위한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로 주교는 “우리는 환경 위기와 사회 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에 당면하고 있다”면서 “모든 근본적인 인간관계를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가 자연과 환경과 맺은 관계의 치유를 요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탈핵분과위원장 미치노부 이치로(光延一郎) 신부(일본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장)가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와 원자력 발전의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치로 신부는 “원전은 태초에 인류의 조상들이 지은 원죄의 반복 그 자체”라면서 “인간의 교만이 하느님을 몰아내고 인간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 한다면 인간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최후의 억제력도 연쇄적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오전, 행사에 참가한 한·일 두 나라 교회 관계자들은 히로시마교구 주교좌성당인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원폭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히로시마에서 같은 날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온 주교 10여 명과 성공회 신자 등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해 한마음으로 인류 평화를 기원했다.

이에 앞서 3일 일본을 찾은 한국 참가자들은 일본 반핵운동의 상징 야마구치현 이와이시마 섬을 탐방한 뒤 히로시마로 이동, 일본 겐수이킨(原水禁, 원자·수소폭탄금지일본국민회 약칭)이 주최한 원폭 피해 기념행사와 평화행진에 함께했다. 이어 6일에는 히로시마 방사선영향연구소와 원폭기념관 등을 탐방하고 7~8일 일본 큐슈 사가(佐賀)현에 있는 큐슈전력 겐카이(玄海)핵발전소대책주민회의 관계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