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교회의 민화위·정평위, ‘한반도 평화 염원’ 호소문 발표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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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협력 통한 진정한 평화 회복 촉구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 속
평화 위한 기도·연대 요청

북한과 미국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존중과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북한을 둘러싼 세계정세의 긴장을 우려하며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는 주제의 호소문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두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연대하고 기도할 것을 요청하면서 남북한의 지도자, 한반도 주변국의 지도자,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를 간곡하게 요청했다.

한국교회는 이전에도 남북관계의 위기 상황에서 ‘남과 북의 당국자들에게 끝을 모르고 치닫는 대결 국면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최고의 안보는 항구적인 평화가 돼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회복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며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 호소문은 특히, 그리스도인과 세계 시민에게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존중하면서 기도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의 균형추와 같다. 한반도의 현 상황은 우리 모두의 양심과 지성이 연대와 연민, 협력과 존중의 자세로 함께 대처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무관심으로 현 상황을 방관할 것이 아니라 지성과 양심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지혜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 이어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사업의 협력자로 부름 받은 이들 모두, 한반도를 비롯한 갈등지역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변화가 일어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밝히며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로 위기를 극복할 것을 희망했다.

아울러 북한의 ‘화성 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후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언급하며 한국교회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역행하는 움직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한의 지도자들에게 “주변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되찾을 것을 요청했다.

또 한반도 주변국의 지도자들에게도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 외교와 정치의 참 본질인 인류의 공존과 평화에 기여하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함께 연대해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국민들에게도 핵무장의 확산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대화’로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한반도 위기를 조장하는 악의 힘을 저지하고, 우리 국민들은 세계 인류의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확립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현재의 북한과 미국의 상황이 긴장관계 속에 있고, 실제적으로 전쟁의 위험성도 있어 우려하는 마음에서 교회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사랑의 계명이 휴전선 너머의 북녘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평화를 위해 기도와 함께 행동하고 연대하며 나아가 세계의 평화까지 이룩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김유정 신부도 “한반도의 긴장 상황 속에서 정의평화위원회와 민족화해위원회가 한반도의 평화를 촉구하며, 남북한의 대화와 평화 회복을 위해 교회의 입장을 냈다”면서 “신자들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함께 남북 관계의 회복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호소문 (전문)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

한국 천주교회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날로 고조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1. 남북한의 지도자에게 호소합니다.

북한의 ‘화성 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위반이며, 주변국의 핵무장을 부추겨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최근 북한의 무모한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자극하고 평화에 역행하는 모든 움직임을 반대합니다. 한반도의 궁극적이며 진정한 평화는 핵무장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남북한 지도자들은 평화를 위한 대화를 하며, 주변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호소합니다.

2. 한반도 주변국의 지도자들에게 호소합니다.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는 전쟁을 쉽게 말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반인륜적 폭력입니다. 야만과 광기를 드러내는 폭주는 무수한 죽음과 공멸, 인류사의 퇴보와 상처만을 남길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 사태와 관련된 모든 나라들이 보편적 인류애와 인류의 정신적이며 도덕적인 성장을 되돌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촉구합니다. 한반도 주변국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를 성숙하고 원만하게 해결함으로써, 외교와 정치의 참 본질인 인류의 공존과 평화에 기여하길 호소합니다.

3. 우리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핵무장의 확산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악행입니다. 전쟁은 되돌릴 수 없고 회복할 수 없는 파괴와 상처를 우리 민족에게 남길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핵무장과 군사력 강화로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사 32,17)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의 위기를 조장하는 악의 힘을 저지해야 합니다. 남북한이 군사비로 지출하는 천문학적 비용을 축소하여, 인간의 능력을 계발하고 고통을 치유하며 문화 창달 및 발전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한민족과 세계 인류의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확립하는 노력에 동참하기를 호소합니다.

4. 그리스도인과 세계 시민에게 호소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평화의 균형추와 같습니다. 한반도의 현 상황은 우리 모두의 양심과 지성이 연대와 연민, 협력과 존중의 자세로 함께 대처하는 노력을 요청합니다. 무관심과 침묵으로 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지성과 양심, 윤리와 비판적 사고로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고 해결할 지혜를 찾아갑시다. 특히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사업의 협력자로 부름 받은 모든 이에게 호소합니다.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인류의 미래세대에게 모든 피조물의 가치가 온전히 실현되는 세상에서 정의와 사랑을 꿈꿀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갈등지역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변화가 일어나도록 기도와 행동 안에 연대합시다.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의 빛이 서로를 향한 증오와 갈등의 어둠을 물리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기도로 연대합시다.

특별히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은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轉求)를 청하며, 평화의 일꾼으로 거듭납시다. 한반도의 위기 해결을 위해 세계 형제자매들의 관심과 기도, 식별과 협력을 호소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를 위하여 기도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아멘.”

2017년 8월 15일 광복 72돌을 맞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 기 헌 주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 흥 식 주교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