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늘 처음처럼, 첫 마음 / 박지순 기자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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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처음처럼 해군 만포대성당’ 고운 잔디밭 위 자연석에 정갈한 글씨체로 새긴 성당 이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지난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만포대성당 군악대 밴드를 취재하기 위해 2함대를 처음 찾았다.

부대 정문을 지나 넓은 영내를 한참 지나니 만포대성당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국적인 외관이 눈길을 끄는 성당이었다. 성당을 둘러보다 ‘늘 처음처럼 해군 만포대성당’이 적힌 표지석을 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휴대폰을 꺼내 바로 사진을 찍었다. 평소 존경하는 군인 신자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답장이 왔다. “늘 처음처럼! 참 좋은 말입니다. 천주교 신자셨던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늘 처음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채봉(프란치스코, 1946~2001) 시인 선종 8년 뒤 그의 아들 정리태가 펴낸 「정채봉 선집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에 수록된 첫 작품이 ‘첫 마음’이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늘 처음처럼 해군 만포대성당’ 표지석과 시 ‘첫 마음’이 가슴에 커다란 울림을 준 이유는 첫 마음을 잃은 듯한 일부 고위 장성들의 소식으로 얼마 전까지 세상이 떠들썩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하며 「정채봉 선집」을 펼쳐 시 ‘첫 마음’을 다시 읽었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