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우뭇가사리 콩국에 대한 분심 / 황광지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6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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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딸 수녀님들을 만나고 깨달은 바가 있어 주일미사에 나설 때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더운데 냉방 잘 된 성당에나 일찌감치 가자” 하지 않고 “주님을 찬미하러 성당에 빨리 가야지”하며 착한 생각으로.

시원한 성전에 들어서서도 냉방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마음속 말까지 조심했다. 마음을 바르게 하니 전례가 더욱 경건하게 다가왔다. 마침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에 관한 내용이었다. 신부님 강론은 예수님의 눈부신 변모와 더불어 사람들은 참 변하기가 쉽지 않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언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오늘 조금 변하려고 노력했던 나는 알량한 미소가 모르는 새 삐져나왔다.

그런데 오래가지는 못했다. 주님께로 모았던 착한 생각은 어느새 날씨로 옮겨갔다. ‘이번 주에도 덥다고 본당에서 시원한 우뭇가사리 콩국을 주려나?’ ‘그때 한 번으로 끝인가?’ 요렇게 딴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신부님께서 매우 민망한 톤으로 웃음을 머금고 공지사항을 알렸다.

“저번에 콩국을 여성협의회에서 공짜로 주더니 이번 주에 팔려고 맛보기로 내놓았던가 봅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나 봅니다. 많이 사가세요.”

우뭇가사리 묵이 반짝거리는 콩국을 들이켜는 상상을 하던 나는 박장대소했다.

새벽 4시부터 연로한 자매님들이 콩을 삶고 갈고 식히고 애를 썼다는 과정을 들으니 참 기가 막혔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때인데!

상황을 가리지 않고 몸으로 봉사하는 자매들의 노고를 평소에도 나는 늘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나는 발 벗고도 따라갈 수 없는 일. 콩국 한 봉지를 든 손을 통해 그 경이로움이 다시 느껴졌다.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