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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그래도 북한 주민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 윤완준

윤완준 (테오도로)rn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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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필자는 민족화해일치 칼럼 마지막회에 이 주제를 다루려 했다. 북한이 국제사회 바람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에도 우리는 북한을 도와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민족의 화해협력, 한반도의 통일을 단지 낭만적 꿈으로만 여기지 않는다면 반드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고민이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설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는 모순적 화두이기에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때 꺼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써야 할 시기가 빨리 왔다.

북한은 얼마 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실제 그런 능력이 있는지와 별개로 북한이 그렇게 얘기한다. 북한의 이런 주장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크게 걱정하게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미사일 발사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이를 어기면 국제사회가 제재할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국제사회가 정한 규범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 여러 다른 견해가 있더라도 국제사회 규범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까지 오면 다음의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북한과 우리가 왜 협력해야 하는가. 왜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해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도와야 하는가.

지금 이 점에 대해선 역설적으로 중국이 가장 분명한 언어로 밝히고 있다. 제재는 필요하지만 민생(民生)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역시 아무리 제재의 수위를 높여도 민생과 관련된 정상적인 대북 무역은 허용하고 있다. 정치외교의 언어로 표현하면 북한 정권과 주민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어떤 언어가 설득력 있을까. 지난해 1월 6월 공교롭게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던 날 만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해준 얘기를 소개한다.

“북한 정권이 잘못했다고 압박만 하면 북한 주민들은 더 어려워져요. 북한 주민들을 외면하는 건 가톨릭교회 정신에 맞지 않죠. 정부는 ‘원칙적 대응’을 해야 할 책임이 있으니 이런 말을 하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교회는 자유롭지 않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유연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게 필요합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미움보다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랑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북한에서 자기 인생을 살아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교회가 이념이나 사상, 정치 문제에 부딪혀 사람, 삶의 의미를 잊어버리면 안 되죠. 근본적으로 남북 주민이 하느님 안에서 함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죠. 그래야 우리 사회도 변하고 우리 마음도 변할 겁니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시작해야 해요.”

윤완준 (테오도로)rn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