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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박물관 특별전 지상중계] (1)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7-08-08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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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 펼쳐지는 한국 천주교 230년 역사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 홀’에서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전시

연간 6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바티칸박물관. 이곳에서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로부터 시작한 한국교회의 역사를 선보인다.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여는 이번 특별전은 자생적인 교회 탄생에서부터 박해, 신앙의 자유를 거쳐 민주화운동 참여에 이르기까지, 230년간 이어온 한국교회의 모습을 소개하는 장이다. 특별전은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 주관한다. 또한 서울특별시와 주 교황청 대한민국 대사관이 후원하며,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주관 형태로 참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교회 관련 전시에서 주로 다뤄져온 순교와 박해의 역사뿐 아니라, 이 땅에 복음의 가치와 교회 정신을 심어온 교회의 역사를 보여준다. 하느님의 뜻을 펼치며 복음을 이 땅에 뿌리내리고자 노력했던 한국교회의 모습을 전 세계인과 나누는 것이다.

특별전에서는 한국교회가 간직해온 유물뿐 아니라 바티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황사영 백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문서고에서 보관 중인 한국교회 관련 서한, 바티칸 민속박물관과 파리외방전교회 소장 유물 원본 등이 전시된다. 특별전은 바티칸 박물관 52개 전시실 가운데 주로 기획전이 열리는 바티칸 박물관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 홀’에서 열린다.

이에 본지는 이번 특별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을 직접 순례하기 어려운 신자들을 위해 4회에 걸쳐 특별전의 주요 전시물들을 소개한다.

바티칸 특별전은 총 2부 9막으로 펼쳐진다. 1부는 한국교회 230년의 역사를 알리는 장으로, 2부는 한국의 성지와 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 순교자 어록 등을 소개하는 장으로 선보인다. 그 중 1부 1, 2막에서는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정했던 조선에 자생적으로 신앙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 1막 - ‘1800 한양, 변화를 꿈꾸다’

이 땅에 교회가 탄생한 1784년, 조선은 근대사회로 변화하던 세계사의 물결 속에 있었다. 조선은 아시아의 작은 나라였지만 이미 5000년의 역사를 가진 문명국이었다. 자국의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고 유럽보다 200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할 정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의 수준도 높았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개혁군주 정조가 세상을 떠난 이후 조선은 급속한 사회 해체를 겪었다. 민중의 삶은 피폐해졌고, 전통적인 신분질서에 대한 불만이 높아갔다.

특별전은 ‘천하고금대총편람도’와 ‘곤여만국전도’, ‘조선왕국전도’ 등의 지도와 「오륜행실도」, 「삼강행실록」 등을 통해 당시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을 통해 전해진 서양의 앞선 과학기술과 세계지도, 천문역학서를 통해 시작된 조선의 변화를 그려낸다.

■ 2막 - ‘새로운 세상을 찾아: 자생적 교회의 탄생’

한양 인근 천진암에서는 실학파로 불리는 권철신, 이벽, 정약종, 정약용 등의 젊은 유학자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며 조선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신앙을 논했다. 그 중에는 「천주실의」와 「칠극」과 같은 천주교 서적도 포함됐다.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양 문물에 관심을 가졌던 조선 지식인들이, 서양 사상의 바탕인 천주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차별 없는 사회를 바라던 사람들은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가르침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2막에서는 「천주실의」와 「칠극」, 「교요서론」, 「성교명징」 등 다양한 교리서를 통해 신앙의 선조들이 학문연구로 신앙을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또 ‘천진암 강학’과 ‘이승훈의 북당에서의 세례’, ‘명례방 집회’ 등의 그림을 통해 조선에 교회가 탄생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알린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호패를 전시, 철저한 신분제사회였던 조선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당시 교회가 신분을 뛰어넘어 함께 어울리고 미사를 봉헌하며 인간존중과 평등을 강조하는 천주교의 가르침을 이 땅에 심기 시작했음을 알린다.

1737년에 서양에서 최초로 제작한 한국전도. 프랑스 지리학자였던 당빌(J. B. B.D’Anville, 1697~1782)이 제작한 「신중국지도첩」(Nouvel atlas de la Chine)에 들어 있다. 이 지도에는 한반도 동해상의 국경에 인접한 섬인 울릉도와 우산도(오늘날의 독도)가 조선의 고유 영토로 표기돼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조선왕국전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가 16세기 말 한문으로 집필한 천주교 교리서. ‘하느님에 대한 진실된 토론’이라는 뜻으로, 유교 전통의 동양문화권에 가톨릭신앙을 심어 준 대표적인 책이다. 조선에는 17세기 초 전래돼 많은 지식인들이 읽었고, 한글로 번역된 후에는 중인과 여성들에게도 전해져 천주교 신앙 공동체가 설립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소장

천주실의

예수회 선교사 판토하(Pantoja, D, 1571~1618)가 1614년에 한문으로 저술한 가톨릭 수양서. 이 책은 「천주실의」와 함께 일찍부터 조선에 전래되어 널리 읽혔으며, 1779년 주어사 천진암 강학회에서 연구, 검토되기도 했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소장

칠극

1666년 조선의 문신 김수홍(1601~1681)이 편찬한 중국 중심의 전통적 세계지도. 중국을 중심에 두고 인접 국가들을 주변에 배치하는 전통적인 화이관을 보여준다.

천하고금대총편람도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한 뒤 이벽 등 동료에게 세례를 줘 한국교회의 자생적 탄생에 큰 역할을 했다. 신앙생활을 이어가다가 1801년 서소문에서 순교했다. 순교 직전에 “달은 떨어져도 하늘에 있고, 물은 솟구쳐도 연못에서 다한다(月落在天, 水上池盡)”라며 모진 박해에도 굽히지 않고 신앙을 증거했다.

이승훈 초상화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