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뮤지컬 ‘명도 - 천국에 이르는 길’ 첫 공연 앞둔 수원교구 앗숨도미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7-08-08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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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사위마다 순교복자 삶과 정신 담았죠”

■ 124위 복자 기리는 공연 전통무용과 국악 요소 가미

“한국 전통안무를 보면 마치 한국 순교자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아요. 춤에서 느껴지는 ‘인내’와 ‘절제’의 모습은 피와 땀을 흘리면서 두렵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던 순교자들의 정신이 스며든 것 같죠.”

‘명도 - 천국에 이르는 길’은 124위 한국 순교복자들을 기리기 위해 기획한 뮤지컬이다. 앗숨도미네는 바오로, 마리아 등을 주제로 한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며 뮤지컬을 통한 복음전파에 힘써왔다. 하지만 서양식 뮤지컬의 표현만으로는 한국 순교복자의 삶을 살려내는데 부족함이 컸다.

그래서 정애란(베로니카) 감독은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우리의 전통무용을 뮤지컬에 적용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본격적인 한국무용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 전통무용가를 앗숨도미네에 섭외했고, 김태진 신부(어농성지 전담)가 뮤지컬을 위해 작곡한 곡에도 국악적 요소를 더했다.

정 감독은 “순교자를 주제로 한 극인만큼 억지로 재미요소를 넣지는 않았지만, 국악과 전통무용이 뮤지컬 안에 어우러지면서 시각적·청각적으로 관객들을 흡입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앗숨도미네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초기신자 연기한 배우들 오늘날 순명의 자세 되새겨

“나는 천주교인이오.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고자 할 따름이오.”

연습이 시작되자 단원들은 초기 한국교회 신자들로 변모했다. 윤지충(바오로), 권상연(야고보), 최필제(베드로), 윤유일(바오로), 강완숙(골롬바), 정약종(아우구스티노), 주문모(야고보) 등 124위 복자는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고증을 거쳐 탄생한 캐릭터다.

그러나 등장인물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인 ‘망치’다. 허구의 인물인 망치는 백정 출신으로, 신분제라는 사회적 갈등과 내적 갈등 속에서 방황하다 신자들과 만남을 통해 변화한다. 뮤지컬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한 인간인 ‘망치’를 통해 관객들이 순교자와 만나고 오늘날의 순교에 관해 고민하도록 초대한다.

망치 배역을 맡은 염효식(베드로·51)씨는 “‘망치’의 연기를 하면서, 지금은 목숨을 걸고 순교하는 박해는 없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고 증거하는 순명의 자세를 되새기게 됐다”면서 “관객들도 공연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앙을 증거하는 선교의 마음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망치’ 배역을 맡은 염효식씨가 독백 연기를 하고 있다.

■ 9월 15일 분당서 초연 앞두고 1년간 주 2회 6시간 이상 연습

단원들의 합창이 화음을 이뤄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일 뿐 아니라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서 ‘프로’의 느낌이 물씬 난다. 실제로 2005년 앗숨도미네를 설립해 지금까지 여러 공연을 펼쳐오면서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에게 “배우들이 프로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하지만 공연에 참여하는 26명의 단원들은 모두 아마추어배우다. 평소 생업에 종사하면서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 9시 뮤지컬 연습을 위해 모인다. 그렇게 시작한 연습은 새벽 3~4시까지 이어지곤 한다. 연습 시간만 1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앗숨도미네 단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이 뮤지컬은 9월 15일 오후 8시 수원교구 분당성마태오성당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수원교구 내 각 본당에서 순회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9월 16일 오전 10시에는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아울러 앗숨도미네는 수원교구뿐 아니라 전국의 본당·단체들을 대상으로도 공연접수를 받고 있다.

향후 공연일정은 앗숨도미네 홈페이지(www.adsumdomine.org)에 공지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