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잠비아] 트럭은 사람 싣고, 사람은 사랑 타고 다닙니다

김종용 신부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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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에 와서 흥미로운 광경 중 하나는 사람들이 달리는 트럭 짐칸에 서있거나 앉아있는 모습입니다. 때로는 승용차 트렁크 문을 연 채로 그 안에 앉아서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골이나 공사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들이지만, 이곳 선교지에선 너무나 흔하고 당연한 모습입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싣고 다니는 30톤 덤프트럭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선교지에는 3년 전 장만한 아담한 크기의 트럭이 있습니다. 한 번은 시골공소의 20명에 가까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독(毒)으로 죽은 고기를 먹고 죽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2시간 거리의 병원까지 가기엔 시간이 촉박했지만, 차에는 11명밖에 태울 수 없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트럭이 절실히 필요해 후원을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우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임을 가질 때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0시간까지도 트럭을 타고 이동합니다. 차량이 출발하자마자 곧바로 시작되는 교우들의 노랫소리는 마을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는데 도중에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도착할 때까지 멈추질 않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우들의 기쁨과 즐거움이 울려 퍼질 때마다 운전대를 잡은 저 역시도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차량을 선물해주신 분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와 함께 운전을 할 때마다 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잠비아 신자들이 잠비아 마냐마선교지의 트럭에 탑승하고 있다.

한 번은 장례미사를 마치고 70명이 넘는 교우들을 트럭에 태우고 오는데 핸들이 헛도는 느낌이 나서 내려 보니 앞바퀴를 움직여주는 축이 빠졌습니다. 속도를 내지 않았기에 다행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봉사자들을 마중 나가러 400㎞ 거리에 있는 공항을 향해가던 중 도착 1시간 전쯤 핸들의 떨림이 심해서 속도를 줄이고 갓길로 정차하려는데 저 앞으로 타이어 하나가 굴러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순간 ‘저게 뭘까? 설마 내 타이어인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차가 왼쪽 앞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타이어는 제 차의 타이어였습니다.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교체한 후 볼트너트를 제대로 조였는지 확인을 못한 탓이었습니다.

뒤칸에 큰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SUV 차량에 20명의 교우들을 태우고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교우들이 차를 멈춰달라고 해서 멈춘 적이 있었습니다. 바퀴에서 무엇인가 튀어나갔다는 것입니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바퀴를 연결해주는 6개의 볼트너트 중에 4개가 부러져 튀어나갔고 다른 쪽 바퀴는 3개가 튀어나가고 없었습니다. 결국 교우들을 지나가는 다른 차량에 태워보내고 저 혼자 천천히 운전해서 오다가 불안한 마음에 다시 확인해보니, 2개 남은 볼트너트 중에 한 개마저도 부러진 것을 확인한 후에는 차량을 인근 가정집 앞에 세워 두고 2주일 후에야 수리를 해서 가져온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고를 경험하면서 하느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고 보호해 주심을 느낍니다.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상황, 극복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임에도 하느님께서는 매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게 도와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기에 오늘도 트럭은 사람을 싣고 사람은 사랑을 타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랫소리와 함께 길을 나섭니다.

※ 후원금은 수원교구 해외선교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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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신부